[월요논단]이안환안(以眼還眼) 이아환아(以牙還牙)의 끈기로

윤진현

발행일 2017-02-2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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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탄핵정국 '이중생의 묘안'
'친일부역세력' 생존전략의
유산을 100%로 응용되는 듯
죽어도 놓지 않으려는 세력
감당하려면 똑같이 끈기있게
포기하지 않는 법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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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우리에게 '맹진사댁 경사' 일명 '시집가는 날'로 유명한 극작가 오영진은 한국연극사의 희극 영역에 흔치 않은 독보적인 작가이다. 사위가 몸이 불편하다고 신부를 바꿔 딸 갑분이 대신 하녀 입분이를 시집 보내려는 사기(詐欺)가 실패하고 착한 입분이가 좋은 신랑감을 만나 결혼에 성공하는 것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유쾌한 사건임에 분명하다.

극작가로서 오영진의 탁월한 감각은 연극에 내포된 고도의 정치적 역학을 잘 활용하는 까닭이다. 사실 극작품은 인간의 내적 갈등과 고뇌의 기술을 중심에 두는 소설과는 달리 인간 간의 갈등과 역학을 직접 다룬다. 더욱이 인간의 오욕칠정, 계급이나 정파 같은 역사적 세력, 자연의 이치나 에너지 등 인간의 사유를 고도로 추상화하여 이를 등장인물에 반영하고 대변하도록 하기에 만든 사람의 입장과 해석, 보는 사람의 입장과 해석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한 판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치적 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오영진 최고의 작품의 작품은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중생'은 친일부역 자본가이다. 일제 때는 앞장 서 아들을 징용에 보낼 만큼 일제에 부역하면서 치부를 했고 해방 후에는 일제가 남긴 적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차지하고 미국인 브로커에게 접근하여 미국자본을 쉽게 끌어 쓰고자 딸조차 미인계의 수단으로 동원한다. 그러나 로비를 위해 접촉했던 미국인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관리인을 속여 부당하게 차지했던 인천의 별장에서 쫓겨나며 급기야 사기, 배임횡령, 공문서 위조, 탈세 등의 죄목으로 이중생은 구속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죄상이 밝혀져 구속되면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려 노력하는 것이 고작일 뿐, 대부분 체념하고 범죄사실을 시인할 터이나 우리의 이중생 각하는 차원이 다르다. 요로에 힘을 써 특별 단기보석을 받아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대지와 가옥 등기 등은 명의를 변경하고 공장, 채권 등은 은폐하며 재산을 지킬 방도를 궁리한다. 수배중의 피의자로 귀국을 했건만 건강을 위해 휴식을 취하라고 30여 시간을 허용하는 처우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한다. 이중생과 그의 변호사는 획기적인 묘안을 짜낸다. 거짓으로 죽음을 가장하고 재산을 사위명의로 상속한 후 사위 이름으로 사업을 하고 재산을 불리고 위세를 누리며 산다는 구상이다.

최근 탄핵정국은 이중생의 묘안, 친일부역세력의 생존전략의 유산이 100%로 응용되는 듯하다. 어떻게든 잃지 않으려는 세력,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결판의 순간을 늦추고 심지어 겉보기에 죽은 듯하나 아바타를 내세워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는 갖은 전략이 구사된다.

연극에서 이중생의 이러한 시도는 해방된 사회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계를 시작하려는 세력에 의해 저지된다. 이중생의 부정한 재산은 바람직한 사회사업으로 활용되고 아버지의 부당한 요구에 "양공주를 만들어 미국놈에게 팔아버리라"고 저항하던 딸은 말단 사무원으로 취직하여 건강한 생활인 노동자가 되며 아버지의 부역과 치부(致富)를 위해 징용에 끌려 나갔던 아들은 돌아와 아버지를 비판하며 진정한 독립을 선언하니 막다른 길에 도달한 이중생은 결국 자살한다.

그러나 이중생이 정말 죽은 것은 아니었다. 작가 오영진의 소망이었고 당대인들의 당연한 요구였으되 현실에서는 성취되지 않았다. 극중 이중생과 달리 현실사회의 '이중생'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작품의 제목이 '살아있는' 이중생인 것은 이중생의 죽음으로 작품을 끝맺은 오영진조차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소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냥 사라지는 법이 없다. 해방 직후에 했어야만 했던 과제였고 지금이라도 해야만 한다. 죽어도 놓지 않으려는 세력을 감당하는 방법은 똑같이 끈기 있게 포기하지는 않는 법뿐이다.

/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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