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갈등의 땅이 된 화옹지구를 가다

폭격 멈춘 '매향리의 봄' 다시 얼어 붙었다
“이 고통을 또” 기가 막히는 할머니
26일 오후 미군 폭격 연습장인 쿠니 사격장이 위치했던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들어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소년 야구공원 '화성드림파크' 앞에 걸린 수원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 사이를 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군공항 이전 부지 남단 매향리
겨우 찾은 평화 깨져 주민 분노
유소년 야구공원도 '불똥' 예상
토지 보상 기대 호곡리와 '상반'
쪼개진 화성, 공동체 붕괴 우려


지난 24일 "수원 군공항 이전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수원시 장지동 수원전투비행장 인근에서 자동차를 타고 출발한 후 불과 1시간 만에 화성시 화옹지구에 도착했다.

화성시 병점동·화산동 일대 육교와 횡단보도에 간간이 보이던 이전 찬성 현수막들은 화옹지구 근처 궁평항에 도착하자 '폭격소리 끝나니 비행기 폭음. 화성이 화약고냐', '수원이 버린 군 공항 화성도 못 받는다'는 내용으로 뒤바뀌었다.



화옹지구는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대단위농업개발사업을 위해 간척지를 조성하고, 도로 등의 기반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공사 차량들만 보일 뿐, 간척지 일대는 황량한 모습이었다. 지평선처럼 펼쳐진 4천482만ha에 달하는 간척지니 황량한 게 오히려 당연해 보였다.

이곳을 안내한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간척지에 에코팜랜드 등 농업과 관광이 어우러진 새로운 도시가 탄생한다고 설명을 했지만, 전투비행장 이전으로 인한 악영향에 대해서는 "국방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은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화옹지구 남단 8공구에서 5분을 더 달려 내려오자 우정읍 매향리에 들어섰다. 미군의 폭격 훈련 시 쓰인 수 백 개의 탄피 위로 '절대반대! 결사저지! 투쟁투쟁!'이란 현수막이 펄럭이는 등 이번 결정에 분노가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매향리는 지난 1951년부터 2005년까지 미군 폭격 연습장인 쿠니 사격장이 위치했던 곳이다.

수많은 폭격을 맞은 농섬 건너편에서는 각종 중장비가 동원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조성 사업이 한창이었다. 사격 연습 중 오폭으로 사망한 주민 11명을 위로하고 주민들의 피해와 상처를 위로하자는 취지에서다.

오는 3월 부분 개장을 앞두고 대형 조명탑이 들어서고 푸른 잔디가 깔린 아시아 최대 규모 유소년 야구공원 '화성드림파크'도 전투비행장이 이전된다면 굉음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모두 8면의 드림파크가 준공되면 매년 국제·국내 유소년 야구대회를 유치해 126만명의 방문객이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비행장이 들어서면 이마저도 물거품이 되지 않겠냐는 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다. 매향리 주민들은 54년 만에 겨우 매향리에 깃든 평화와 번영이 불과 10여년 만에 공중분해되게 생겼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전 유력 부지로 꼽히는 화옹지구 남단 우정읍 호곡리 등에서는 이전에 따른 토지 보상 기대감으로 찬성 여론이 일고 있다. 동서로 나뉜 화성시의 전체 구조도 찬반으로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지역주민들과 공직자들은 이러한 지역공동체 붕괴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3년 방사능폐기물 처분장 유치를 두고 주민 간 갈등이 심했던 전북 부안의 전례를 밟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방폐장은 국책 사업이었지만 전투비행장 이전은 수원시의 시책 사업인데 이 때문에 화성시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반대파 주민들은 지난 24일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전투비행장 화성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700여명은 이날 오전 화성시청 대강당에 모여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국진·김종섭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 미군 사격장 폐쇄를 이끌어 냈듯 끝까지 투쟁해 전투비행장 이전을 무산시킬 것"이라며 "시민의 힘으로 싸워 이기겠다"고 말했다.

/김태성·강기정·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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