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 두번 울리지 마라

이윤희

발행일 2017-03-0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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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금 생존자 1억·사망자 2천만원
생사여부 따라 금액 다른것도 웃긴데
6월까지 안 받으면 못준다니 협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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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문화부장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끌려가 일본군 위안소에서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이 가해자인 일본으로 부터 배상금을 받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그간의 삶과 역사적 인권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제대로된 공식 사과와 법적배상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다 차치하더라도 노동권리로만 따져도 강제노동금지 규약 위반에 해당되는 사안인 만큼 적절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 한국과 일본의 노동조합들은 국제노동기구(ILO)에 군위안부 동원이 ILO의 '강제노동금지규약' 위반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고, ILO에서는 '일본의 위안부 동원 및 착취가 ILO규약 위반이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채택되기도 했다.

얼마전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취재 겸 종종 들르는 곳인데 할머니들의 안부를 묻다 전해들은 얘기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내용은 이렇다. 이곳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이 잠시 고향에 다녀오겠다 하셨다. 며칠 뒤 지방에 내려갔다 올라온 할머니의 얼굴이 유난히 어두웠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이유를 여쭈니 대뜸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내셨다고 한다.

이곳 관계자는 자세한 얘기를 듣지 않고도 직감했다. 화해재단을 통해 돈을 받으셨구나.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할머니가 가족들과 시내에 나가 식사를 하시겠다고 하셨는데 그날 재단관계자들을 만나 서류에 사인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때에도 할머니며 그 가족들이 미안하고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나눔의 집의 경우, 생활중이신 10분의 할머니 중 4분이 재단이 주는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이 일본의 진정성 담긴 공식사과를 통한 배상금이었다면 할머니들이 떳떳하게 수령하셨을텐데 아쉬운 대목이 많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지 일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다루지 못하고 포기까지 했던 어려운 문제였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상의 걸 받아내서 제대로 합의가 되도록 노력한건 인정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합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합의 과정에서 정작 피해당사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아 당시에도 합의 무용론이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합의에 따라 내각 총리대신 명의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현하고, 10억엔을 출연해 위안부 피해자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진정성이 의심된다. 지난해 10월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자에 사죄편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한 일본 중의원의 질의에 그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논란이 된데 이어 최근에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정말 이럴려고 합의한 것인가.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재단에서 개별적으로 주는 돈이 생존자는 1억원, 돌아가신 분은 2천만원이라고 얘길 들었다. 살았느냐 죽었느냐에 따라 금액이 다른 것도 웃긴데 올 6월까지 안 받으면 못준다고 하니 이건 협박을 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누가 죄인인가' 뮤지컬 영웅의 하이라이트 대목인데 자꾸 되뇌어진다.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의 눈에 눈물짓게 만드는 이, 진정 누가 죄인이란 말인가.

/이윤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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