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토사구팽(兎死狗烹)

고재경

발행일 2017-03-0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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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사냥개가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서 삶아 먹힌다는 뜻이다. 유용할 때는 쓰고 목적을 달성하면 버린다는 의미로 널리 사용된다. 토사구팽의 예를 우리 삶과 사회 및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못된 성인 자녀가 부모의 눈 밖에 나며 팽 당해 죗값을 치른다. 오직 회사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사장으로부터 팽 당해 정리 해고당한다. 조선 최고의 명재상 중 한 인물인 류성룡처럼 선조의 경계와 북인과 서인의 시기·견제로 파직 당한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토사구팽의 전형적인 예를 추가열이 부른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작사/작곡 추가열) 가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노랫말 화자는 정인으로부터 토사구팽 당하기 일보 직전 위기에 처한 인물이다. 그는 정인을 자기 몸처럼 헌신적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 이별의 문턱에 서있다.

화자는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정인에게 눈물로 간곡히 호소한다 - '비틀거리는 내 모습을 보며 그대 맘도 아프잖아요'. 아울러 정인으로부터 배신감을 느낀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 '그대만 행복하면 그만인가요/더 이상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한번만 나를 한번만 나를 생각해주면 안되나요'. 화자는 팽 놓은 정인에게 팽을 철회하고 자신의 곁으로 다시 돌아와 줄 것을 마지막으로 읍소한다. 그러나 그의 곁을 떠나려는 정인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

아무리 처절히 절규해도 별리의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애통해 하는 화자! 돌아서서 떠나는 정인의 발걸음에 '한번'만이라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정인의 말을 간절히 듣고 싶다며 애원하는 화자!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은 바로 그 정인에게 팽 당한 그의 안타까운 설움이 가히 애처롭기 그지없다.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작사·한산도, 작곡·백영호) 가사에서도 주인공 동백아가씨의 쓰라린 마음을 통해 토사구팽의 상징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 노랫말 동백아가씨는 정인으로부터 팽 당한 인물이다. 그녀는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상심하여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더 나아가 가슴을 짓찧고 칼로 베는 듯한 극심한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동백꽃잎이 '빨갛게 멍'이 들었을 정도로 그녀의 상처는 매우 깊고 극심한 배신감에 사로 잡힌다.

암울한 실의와 절망에 빠진 동백아가씨! 그러나 그녀의 가슴 한편에는 '말 못할' 사연이 감춰져 있다. 둘만이 아는 비밀을 그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낼 수 없는 동백아가씨! 그 사연을 가슴에 부여안은 채 팽 놓고 떠난 임을 동백아가씨는 가슴에 사무치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 '가신 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 이미 저 멀리 떠나 가버린 임으로부터 팽 당한 동백아가씨! '가신 님'과의 재회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그녀의 순애보적 기다림이 왠지 처연하기만 하다.

토사구팽의 예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도 발생하고 있고 미래에도 일어날 것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불변의 사실이다. 세월이 갈수록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감탄고토(甘呑苦吐) 세정(世情) 풍토가 만연하는 것 같아 심히 유감이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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