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학원 왜 그만둬?" 정부가 답해야 한다

복지부 "사교육비 지원 부동의" 영어 바우처 이달부터 폐지
군포 저소득층 초·중학생 250명
폐지 안내문 '흙수저' 비애 느껴
불법 규정 불구 전주 등은 '계속'
부모들 "일관성없는 정책" 탄원

"엄마, 그럼 나 오늘부터 학원 못 가는 거예요?"

2일 오전,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엄마가 생각을 한번 해볼게." 아이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문을 나섰다.

엄마는 식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열어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 전화번호를 눌렀다. "바우처가 없어도 아이가 수업을 계속 들을 수 있게 해달라"는 하소연이라도 할 요량이었다.



지난해 12월 15일께 아이는 '2017년 3월부터 영어 바우처사업은 폐지됩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들고 왔다. 선생님은 대상 학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른 뒤 안내문을 나눠줬다. 아이는 부모가 학원 보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의 같은 반 친구들도 알게 됐다. 그날도 아이는 엄마에게 질문했다. "엄마, 나는 왜 학원을 그만둬야 해?"

군포시가 3억원을 들여 저소득층 초·중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영어 바우처사업'이 정부의 부동의로 이날 폐지됐다. 영어학원 수강료(약 28만원) 중 10만원을 예산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학원에서 재능기부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군포시는 올해부터 예산을 7천만원 늘려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12월 6일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법을 근거로 "목적은 공감하나 예산으로 사교육비 지원은 부동의한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결국 '영어 바우처사업'은 '불법'이 됐다. 그리고 빈곤 대물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기회의 평등'을 제공해야 한다던 우리 사회가 초등학생에게까지 부모의 능력에 따라 계층이 나뉜다는 '흙수저론'을 가르치게 됐다.

그런데 이 '불법'사업은 전주시·군산시·익산시 등에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와중에 전주시는 지난해 이 사업(열린 교육 바우처사업)으로 행정자치부가 선정하는 정부 3.0 협업분야 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학원을 가지 못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가슴이 너무 아프다.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되고, 조령모개식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군포지역 저소득층 학부모 294명은 지난달 23일 시에 "저소득층 및 다자녀 영어바우처 지원을 지속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군포시 관계자는 "공무원은 법령대로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로부터 기금이나 기부금으로는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답변서를 받아 대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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