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차라리 지명보다 추첨을

김민배

발행일 2017-03-0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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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편 네편 삿대질 욕설 앞서
고위직 인사 민주적인지 자성을
국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임명·지명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선거 승리로 권력 광기 반영되는
인사개입 등 변형 매관매직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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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재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자 지명. 하마평이 요란하다. 헌재 재판관 9인은 국회의 선출, 대법원장의 지명, 그리고 대통령의 임명으로 구성된다. 이를 두고 삼권분립을 반영한 공평하고 중립적인 제도로 설명된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봐도 허점투성이이다. 탄핵의 국면에서 드러난 것처럼 비례대표제에도 있는 예비 재판관 후보가 없다. 임기가 끝날 때마다 지명권자나 임명권자의 눈치도 봐야 한다. 탄핵심판이나 정당해산심판 때마다 재판관의 중립성 문제가 제기된다. 장관이나 기관장 그리고 재판관에 대한 비판과 불신을 보면서 생각한다. 헌법과 법률에 산재한 공직자의 지명이나 임명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올바른 통치를 하는가 여부는 피치자가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요리는 요리사보다 초대받은 손님이 잘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 그는 민주정치는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평등하게 다루지만 극한 상황에서는 법의 지배가 소멸되고, 민회의 결의가 모든 결정권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면 플라톤이 우려한대로 민중을 선동하는 자가 나타나 일종의 독재정치를 하게 된다. 이를 막아 내고, 자유인의 정신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추첨제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그는 인간의 지혜에는 한계가 있고, 지배자의 지혜는 피지배자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고위 공직자가 재산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모든 시민에 의해 시민 중에서 추첨에 의해 선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자의 선출을 위한 추첨제에는 병역, 세금, 효도 등에 대한 일정한 자격 심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진출마한 사람 중에서 추첨하되 직책상 설명책임을 부과하고, 재임 중은 물론 이후에도 탄핵제도에 의해 견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공직자에 의한 부정이나 소크라테스가 우려하는 무능력자에 의한 공직의 점유라는 위험성을 시정하고자 했다. 임기제를 도입하여 지배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도 퇴임 후 피지배자의 지위로 다시 돌아가도록 했다. 만약 권력의 교체가 없다면 지배복종관계가 고정되거나 광기어린 권력에 휘둘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캠프마다 한자리 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대통령이 주요 직책의 지명과 임명권을 독식하는 제도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우리 앞에 전개된 대통령의 무능과 전횡들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주요 공직자의 인사제도의 보완대책으로 추첨제의 의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추첨제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적용되면 주요 공직자의 헌법적 중립성도 담보할 수 있다. 몽테스키외도 추첨제의 기능과 조건을 '법의 정신'에서 설명한바 있다. 추첨제는 선출권력에 의한 '다수자의 광기와 권력전횡'을 막거나 제어하기 위한 제도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법원은 재판부의 배당에 전자식 추첨제를 도입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특검 재판부도 같은 방식으로 배정했다. 그리고 전·현직 법원장들이 다시 30년 전으로 돌아가 1심 재판을 맡는 원로법관제도 올해부터 도입됐다. 만약 법원장급 중에서 추첨에 의해 대법관이나 재판관으로 근무하다가 일선으로 돌아간다면. 지금도, 후에도 문제가 될 공정성 시비를 막을 수 있다. 보수냐 진보냐. 해묵은 논쟁도 줄일 수 있다. 권력에 의해 입맛에 맞는 무능·무책임한 인사를 공직에 배치하는 것도 차단할 수 있다. 그들에 의한 헌법파괴도 막을 수 있다. 국민적 불행도 없앨 수 있다.

내편이냐 네 편이냐, 삿대질과 욕설과 거친 몸짓에 앞서 과연 우리의 고위직 인사제도가 공정하고 민주적인지 자성할 때다. 국가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나 헌법기관에 대한 임명이나 지명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선거에 승리한 권력의 광기가 반영되는 인사개입이나 지명제와 같은 변형된 매관매직은 이제 끝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건전하고 다양한 제도로 무장할 때 더욱 단단해 진다. 2천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추첨제가 거리에서 극한적으로 대결하는 우리들에게 주는 지혜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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