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한국경제 불황 탈출구는 부품·소재산업과 R&D 효율성

임양택

발행일 2017-03-0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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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단기실적 내기보다
다양한 분야 '퍼스트 무버' 노력
모든 산업분야 융합·조화 목표로
4차 산업혁명 잠재력 극대화 필요
정부는 미래형 기술인력 양성과
글로벌 교류 강화에 더욱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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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칠흑의 어두운 밤 바다에 등대 빛 같은 낭보가 있다. 한국경제가 내수 불황과 수출 부진 등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부품·소재 분야가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 분야에서도 기술 우위를 가진 산업이 등장하고, 시장 상황 역시 호전되면서 실적이 급등했다. 특히 부품·소재(디스플레이·반도체·타이어코드)의 수출 실적이 지난해 4분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해 4분기 부품·소재 관련 수출은 663억달러로 7분기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완제품 산업의 부진을 부품·소재로 만회하고 있다. 또 최근 2~3년간 지속된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부품·소재 분야에서 대 일본 수입의존도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점유율 95% 이상을 기록하면서 독점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은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전통적 '달러 박스'인 반도체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수요처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 장비·소재 관련 협력업체들의 실적도 좋아지며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체, OLED용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등은 지난해 역대 최대치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고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 소재 기업 효성은 2011~2012년 중공업 분야에서 수천억원대 손실을 봤지만 강점인 부품·소재 분야에 투자를 집중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2년 연속 최고 실적을 경신, 1966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한국기업의 쾌거는 한·중·일 분업 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한국 기업들은 완제품 시장에서 고도성장을 일궈왔다. 그 후 중국의 주요 기업들이 완제품 분야에서 한국산 부품·소재를 많이 수입했다. 이것은 과거 일본이 담당하던 부품·소재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국 기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에 중국은 투자 방향을 완제품 시장에서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부품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을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만 54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내년부터는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해 중국 현지 기업들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중국기업은 한국기업보다 뛰어난 기술을 활용해 LCD패널을 생산하고 OLED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향후 자체 기술력을 갖추고 부품을 자급한다면 한국은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을 잃게 된다. 한중일의 부품·소재 산업 주도권 쟁탈전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그 효율성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201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4.23%로 이스라엘(4.11%), 일본(3.59%)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였다. 경제활동 인구 1천명당 연구자 수도 13.2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블룸버그 등의 최근 주요 혁신지수를 보면 한국이 수년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2015년 국내 기업의 전년 대비 R&D 투자 증가율은 2.6%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였다. 대기업들의 R&D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3년간 기술 혁신으로 신제품이나 크게 개선된 제품을 출시한 중소기업은 전체의 17.1%에 불과했으며 지난해 국내 연구자 1인당 R&D 비용 역시 1억8천504만원으로 선진국 대비 하위권에 머물렀다. 정부 R&D 예산의 약 95%가 기술 개발에 집중될 동안 기획·사업화에는 5% 정도만이 투입되고 있다. 기술혁신이 실생활 개선과 노동생산성 제고로 이어지려면 기술 사업화가 필수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소프트웨어(SW) 부문에 대한 인적·물적 투자는 미미하다. 국내 SW 전문 인력은 2014년 20만 명에 불과했고, R&D 투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R&D 투자액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OECD는 "한국의 R&D 시스템은 '국산화'와 '한국형' 사업에 집착해 비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기업이 구글·아마존·페이스북을 따라하는 데 급급해 생산성 면에서 뒤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눈에 보이는 단기 실적 내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처럼 수동적으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 간 융합과 조화를 목표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 미래형 기술 인력 양성, 지적재산권 보호, 글로벌 교류 강화에 힘써야 한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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