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가계 빚도 빚 나름

김하운

발행일 2017-03-1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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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수에 비해 웬만큼 집 공급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서 빚 늘어
은행이자보다 월세전환율 높아
융자받아 집 짓고 세 받는게 유리
자영업자도 빚내서 자산 늘릴땐
이익 남으니까 그 방법 택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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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
대통령이 파면되다니…. 그래도 그 날 주가는 올랐단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그렇다니 참 말들 잘한다. 하지만 앞일이 매양 좋은 것만은 또 아니란다. 가계부채와 중국의 사드보복이 불안요소로 남아서 그렇단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참견하며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가계 빚'이 국제적으로 천덕꾸러기인 셈이다. 사드보복이야 일반 서민이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가계 빚 문제만큼은 마치 나더러 뭘 잘못했다고 하는 것 같아 듣기가 편치 않다.

마음이 편치 못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빚이라고 모두 똑같은 빚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늘어난 빚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가구 수에 비해 웬만큼은 집이 공급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집을 살만한 연령대의 인구는 줄고 있다. 집이 남아돌게 생겼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집이 없어도 당장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은 없다. 상투를 잡을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어라고 전셋집을 찾는다.

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 받아 은행에 넣어봤자 이자율이 단군 이래 최저수준이니 어떻게든 월세로 돌려야 한다. 월세로 돌리자면 전세보증금과 월세보증금의 차액은 내주어야 한다. 집주인이라고 늘 여윳돈이 있는 것은 아니니 당장은 은행 등에서 '가계 빚'을 내어야 한다. 보증금 차액을 돌려받은 세입자는 어느 은행인가에 다시 예금을 할 것이다. 돈이 은행에서 나와 다시 은행으로 돌아갔는데 가계 빚은 늘어난 것으로 계산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로 얼마나 많은 전셋집이 월세집으로 바뀌었을까? 그렇게 늘어난 '가계 빚'은 얼마나 될까?

집을 지어 세를 준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이전 같으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다 집을 짓고 전세를 주면, 꽤 많은 전세보증금을 받았다. 전세보증금으로 은행 돈을 갚으면 은행 빚은 줄어든다. 하지만 은행이자보다 월세전환율이 훨씬 높으니 은행 돈으로 집을 짓고 나면 월세를 받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집 짓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월세를 놓고 월세보증금 만큼만 은행 빚을 갚게 되니 결국 전보다 전세보증금과 월세보증금 차액만큼 가계 빚이 늘게 된다. 아마도 근래에 우리나라에 지어진 집은 모두 이런 사정이 아닐까? 그렇게 늘어난 '가계 빚은 얼마나 될까?

요즘에는 부모자식 간 보증도 서지 않는다. 자영업에 나서는 것도 아닌데 일시적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져 돈을 좀 융통해보려 해도 은행에 예금이 있는 것을 뻔히 아는 친척이나 이웃조차 좀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은행을 찾는다. 신용도가 좀 낮다면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는다. 신용도가 더 낮으면 제2금융권을 찾는다. 정부도 각종 '지원제도'를 대주는데 진력해왔다. 전에는 주변에서 융통했을 돈인데 이제는 은행 등의 가계 빚을 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늘어난 '가계 빚'은 얼마나 될까?

자산에서 부채를 빼면 순자산이 된다. 따라서 누구나 부채에 순자산을 더한 만큼의 자산을 갖는다. 순자산을 까먹어 그만큼 부채를 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자산이 늘어난다. 자산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하여 이익도 늘어나 순자산이 늘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계산이 멀쩡한 사람이 빚을 내서 자산을 늘릴 때는, 그렇게 하더라도 이익이 될 만하니까 빚을 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빚을 낼까? 그렇게 늘어난 '가계 빚'은 얼마나 될까?

돈은 돌고 돌지만 금융권 밖에서 돌던 돈이 총량이나 내용에 전혀 차이가 없더라도 금융권을 통해 돌게 되면 계산이 달라진다. 금융권으로 들어가는 만큼 예금 등 수신이 증가되고, 금융권을 거쳐 가계로 돌아 나오는 만큼은 '가계 빚'이 증가된다. 금융업의 발전과 확장으로 금융권 밖에서 돌던 자금이 이제는 잠재적 위험요소인 '가계 빚'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가계 빚'을 무조건 백안시하는 세태에 마음이 편치 못한 이유이다.

/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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