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년의 늘찬문화]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손경년

발행일 2017-03-20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7032001001433000069381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헌법 제 22조 1항과 문화기본법 제4조의 내용이다. 헌법과 문화기본법의 인식적 근간은 '자기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며, 이를 설명하자면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와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해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의미한다.

그런데 법에 명시된 권리를 제대로 누린다고 믿었던 탓인지,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폐지되었던 문화예술 검열의 망령이 최근 우리 앞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하였다는 사실이 어째 실감나지 않는다. 광화문 광장에서 '아침 이슬'을 부를 때도 한 때 이 노래가 불순하다고 부르지 못하게 했던 시대가 마치 쥐라기나 백악기에 있었던 것 같은 먼 기억일 뿐이라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좀 더 예민하게 주변을 들여다보면, 검열 종식과 동시에 문화계의 발전이 상당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기표현의 자유'에 따른 예술의 독자성과 자율성의 보장 수준은 불완전한 상태였던 것 같다. 예컨대 신학철 작가의 '모내기'는 '이적표현물'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아직도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전시 철회 사건도 불과 2014년의 일이다. 또 세월호 사건을 담은 '다이빙 벨'의 상영결정을 했던 부산영화제가 상영철회를 요구했던 정부로부터 지원 삭감을 통보받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9천473명의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전이나 오른 후나 늘 해오던 대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예술의 가치 확산과 사회의 모순, 불합리함과 인간존재의 본질을 찾고자 애써왔을 뿐이다. 외부적 강제가 아닌, 예술가의 소신과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정치권의 지향과 다르다 하여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철학자 럿셀은 '효율성 숭배'에 사로잡혀 있는 사회에서 이익을 낳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시각에 반대, 문화예술이라는 형태로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게으름의 진가'를 강조한다. 예술은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예리한 풍자로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산출하고, 더 나아가 존재의 성찰, 사색, 일상의 재미와 삶의 풍성함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더더욱 자기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일이 5월 9일로 잡혔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적어도 더도 덜도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불완전한 '자기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진화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에는 '농사의 시작인 애벌갈이를 엄숙하게 해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넉넉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봄맞이를 하는 정치권에서는 '검열의 망령'이 다시는 소환되지 않도록 진중한 문화 애벌갈이를 했으면 좋겠다.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손경년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