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퇴임 앞둔 조건호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100층 건물 올리기보다 시민행복 키우는 게 지역발전"

김민재 기자

발행일 2017-03-22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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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인터뷰 조건호 인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6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조건호 회장이 인천공동모금회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100호 회원 가입을 기념해 남동구 구월동 사무실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관한 아너소사이어티 '명예의 전당'에서 임기 6년간 99명이 가입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을 이야기하며 인천공동모금회의 성과가 모두 인천시민들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각종 모임서 공직 후배인 군수·구청장에도 고개 숙이며 기부 설득
대뜸 1억원 수표 건넨 '수도사 주지' 김혜운 스님 가장 기억에 남아

귀하지 않은 성금은 없어… 최고의 성과 모두 인천시민에 공돌려
직원들 시간 뺏을라 이임식 안해… 이곳에서 시간은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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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때 더 어렵고, 더 힘든 이웃들을 돌보자는 취지로 설립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배지는 어느덧 나눔과 기부의 상징이 됐다.

'짠물 도시' 인천에서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열매가 인천 시민들의 가슴에 물들듯 새겨지고 있다. 지난해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인천공동모금회)는 전국 17개 지회 가운데 최고 성과를 냈다. 그 뒤에는 지난 6년간 인천공동모금회를 이끌어 온 조건호(83) 회장이 있다.

1935년 옹진군 북도면 시도에서 태어난 조 회장은 1961년 대학을 졸업하고 공직에 입문했다. 경기도와 인천시 요직을 두루 거친 조 회장은 1995년 "고향 발전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민선 초대 옹진군수 선거에 뛰어들어 당선됐다.

이후 2대, 3대 군수를 내리 역임한 뒤 2006년 4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2011년 3월부터 인천공동모금회를 맡은 조 회장은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30일 퇴임해 평범한 인천시민의 삶으로 돌아간다.

조 회장이 인천공동모금회와 인연을 맺은 2011년은 전해 발생한 공금유용사건 등으로 공동모금회의 위신과 신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때였다. 추락한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막중한 시기에 인천공동모금회가 지역사회 원로로 꼽히는 조 회장에게 'SOS'를 친 것이다.

"가족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모두가 만류했어요. 그런데 딸이 오히려 '이런 기회에 봉사하고 조직을 쇄신시키는 것이 더 보람된 일 아니냐'고 말하는 거예요. 마침 재단을 세워 지역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회장직을 수락했지요."

조 회장이 인천공동모금회 회장이 된 후 느낀 것은 "인천에는 부자들이 참 많은데, 가난한 사람들도 참 많다"는 점이었다. 너도나도 힘들다고 하지만, 인천 지역의 사회지도층 먼저 기부문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2011년 취임 당시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은 4명에 불과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개인 기부 활성화를 위해 2007년 12월부터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을 운영해왔는데, 인천에서는 1년에 1명 꼴로 가입한 셈이었다.

조 회장은 발로 뛰어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가입을 권유했다. 일명 '회장님 수첩'을 만들어 가입 대상자 이름을 적은 뒤 각종 모임에 나가 끝까지 기부를 설득했다. 인천의 10개 군수·구청장이 모인 자리에 직접 찾아가 후배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아끼지 않았다.

새벽 같이 새얼아침대화와 인천경영포럼 등에 나가 사랑의 열매를 전했고, 소액이라도 정기기부에 동참하는 사업장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 감사를 전했다.

"연초가 되면 명단을 만들어서 일대일로 접근해 될 때까지 가입을 권유했어요. 군대로 치면 '각개전투'식이지. 보통 1~2년은 기다려야 하고, 길면 3년까지 기다린 분들도 계세요. 다들 요새 사정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면 서글플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다들 기부를 약속하시더라고요."

자신의 명예와 지갑을 채우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인천공동모금회 회장 자리는 사실 무보수 명예직이라 오히려 '내 돈 써가면서 일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천의 존경 받는 원로로서 지역이 변화하길 바랐고, 어렵고 힘든 이웃들이 조금 더 나아지길 원했던 것뿐이었다.

공감 인터뷰 조건호 인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7
조건호 회장이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언론 속 아너소사이어티 기사를 설명하고 있다.

조 회장의 이 같은 노력 끝에 2016년 12월 인천에서 드디어 100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탄생했다. 지난 2008년 정석태 전 진성토건(주) 회장이 인천 지역 아너소사이어티 1호 회원으로 가입한 뒤 9년 만이다.

인천공동모금회는 100호 회원 가입을 기념해 남동구 구월동 사무실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을 개관하기도 했다. 명예의 전당에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의 핸드프린팅과 이름이 적혀 있다.

그리고 남은 빈자리를 기다리고 있다. 100호 회원 가입 이후 최근까지 3명이 더 가입해 인천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은 103명이 됐다. 조 회장 임기 6년간 99명이 가입한 것으로 한 달에 1명 이상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늘어난 것이다. 종교인, 교수, 사업가 등 회원 면면도 다양하다. 이는 전국 어느 공동모금회 지회에서 볼 수 없는 성과다.

조 회장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103명의 회원 중 31호 가입자인 '수도사 주지' 김혜운 스님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어느 날 김혜운 스님을 만나 기부를 부탁하고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권유했더니 대뜸 사무실로 오시더니 지갑에서 1억원 짜리 수표 1장을 떡하니 내놓고 나가시는 거예요. 어찌나 고맙고 기뻤는지 몰라요. 제 임기 동안 가입한 99명 모두 소중한 분이지요."

조 회장은 친동생인 조상범 법사랑 위원 인천연합회(인성개발 회장) 회장의 묵묵한 도움도 잊지 않았다. 57호 회원이기도 한 조상범 회장은 부모처럼 믿고 따르는 '형님'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다. 법무부 산하 범죄예방 봉사단체인 법사랑 위원 인천연합회 부회장 13명도 조상범 회장의 권유에 따라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줄줄이 가입했다.

조 회장 부임 이후 인천공동모금회는 매년 지속적인 모금액 상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임기 첫 해 72억 원이었던 모금액은 2014년 147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고, 2016년 16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성과를 올렸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 공동모금회 경영성과 평가에서 3연속 최고등급을 받았고, 2016년에도 전국 최우수지회에 선정됐다. 공동모금회 성과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모금총액증가율, 아너소사이어티 신규회원 가입률, 개인 정기기부자 모금증가율, 기부자 유지율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조 회장은 인천공동모금회의 성과가 모두 인천시민들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라고 공을 돌렸다.

"땀 흘려 거리 공연을 통해 모아온 성금, 아이들의 사랑이 담긴 저금통, 여성 운전자의 택시 모금함 등 귀하지 않은 성금은 없지요. 이게 다 인천시민들 덕입니다. 인천이 사랑도 많이 생겼고, 정도 많이 넘치는 따뜻한 도시가 됐어요. 송도 신도시에 100층짜리 건물 짓는 것보다 시민 전체가 행복해지는 것이 인천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30일 정든 인천공동모금회을 떠나는 조 회장은 이임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점심시간 직원들과 평소 즐겨 먹던 순댓국을 먹으면서 조용히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주기로 했다. 행사 준비로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 시간을 빼앗길까 염려하는 마음에서다.

"나도 나이가 80이 넘어갔으니까 쉬고 싶어요. 주변에서는 아직 '청춘'인데 일을 더 하라고 하는데, 이제 집사람이랑 놀러 다니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인천공동모금회와 인연을 맺었으니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여기서 일한 것이 보람도 보람이지만, 나는 행복이라고 느낍니다."

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공감 인터뷰 조건호 인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2

■조건호 회장은?
▲ 1935년 인천 옹진군 북도면 출생
▲ 1953년 인천중 졸업
▲ 1955년 인천고 졸업
▲ 1961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1964년 부천군 공보실장
▲ 1980년 경기도 기획담당관·안성군수
▲ 1981년 인천시 재무국장·내무국장
▲ 1986년 경기도 평택·송탄·안산·부천시장
▲ 1991년 경기도 기획관리실장
▲ 1995~2006년 인천시 옹진군 민선 1~3대 군수
▲ 2011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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