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봄

권성훈

발행일 2017-03-2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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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1957~)

바람 속에 아직도 차가운 발톱이 남아 있는 3월.
양지쪽에 누워 있던 고양이가 네발을 모두 땅에 대고
햇볕에 살짝 녹은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 한다.
한껏 앞으로 뻗은 앞다리.
앞다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뒷다리.
그 사이에서 활처럼 땅을 향해 가늘게 휘어지는 허리.
고양이 부드러운 등을 핥으며 순해지는 바람.
새순 돋는 가지를 활짝 벌리고
바람에 가파르게 휘어지며 우두둑 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

김기택(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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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봄은 차갑고 거친 사물을 부드럽게 하는 기술을 가졌다. '바람 속에 남아 있는 겨울의 차가운 발톱'도 부드럽게 다듬어 온순하게 만든다. 저기, 봄의 햇빛에 녹아 "네발을 모두 땅에 대고"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하고 있는 고양이를 보라. "한껏 앞으로 뻗은 앞다리"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뒷다리" "가늘게 휘어지는 허리"는, 날이 서 있던 고양이의 온몸을 한 순간에 무화시키고 있지 않던가. 우리는 "순해지는 바람" 앞에서 앙상하게 남은 가지 끝에서 "새순 돋는 가지를 활짝 벌리고" 봄을 맞이하는 "우두둑 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을 보며 봄의 연금술을 목격하게 된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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