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한국경제위기,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이재은

발행일 2017-03-3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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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재벌 등 자본역할 존중하되
정경유착 부패고리 완전히 끊고
비정규직 등 노동조건 개선
조세부담 인상을 설득해야
노동자에게도 생산성 향상 노력
복지재원 위한 세부담 증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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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2016년도 한국경제의 각종 지표들이 발표되고 있다. 통계청의 '삶의 질 종합지수'에서 2006년 이후 10년 동안 경제적 부(GDP)는 28.6% 증가했는데 삶의 질은 11.8%밖에 늘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잠정발표한 2016년도 국민총소득은 2만7천561달러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큰소리쳤던 4만 달러는 아득하고 '2만 달러의 늪'이 회자된다.

얼마 전 한국경제학회는 '절대 위기의 한국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한국경제가 추격형에서 탈 추격해야 하는데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으며, 한국기업·산업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스스로 장기 지향적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업·산업·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고 원인은 체제실패라고 진단한다.

또 다른 지표들을 보면, 가계부채가 1천300조원대를 넘어섰고, 평균소비성향이 71.1%로 계속 낮아져 소비감소가 장기화하고 있다. 2016년도 경제성장률 2.7% 중 건설투자가 1.6%포인트 기여한 반면 설비투자는 오히려 -0.2% 포인트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체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10년도에 15.3%에서 2015년도에 0.3%로 급락했고,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4년도부터 감소추세이다. 그나마 경상수지는 2016년도에도 987억 달러로 흑자를 지속했지만, 수출증가보다 수입감소의 영향이 큰 불황형 흑자구조이다. 연초에 구직단념자가 60만명에 달하고 청년실업률은 일본의 두 배 수준인 10%를 넘어섰다. 소득분배도 최상위 20% 계층의 가계소득은 2.1% 증가한 반면 최하위 20% 계층의 몫은 -5.6% 감소했다. 모든 지표가 상호의존적으로 한국경제의 위기를 드러내 준다.

한국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 세계 경제여건은 어느 하나 긍정적이지 않다. 대내적으로도 소득 양극화로 대부분 계층은 소비 여력이 없는 데다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심화로 미래가 불안하니 노후생활을 대비하여 저축을 늘리고 있다.

소비지출을 늘리는 수단은 중·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것뿐이다. 그것이 복지지출이든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이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든 획기적 처방이 절실하다. 1929년 세계대공황기에 시장의 장기적 자동조절기능을 맹신하던 주류경제학계에 던진 케인스(J.M. Keynes)의 '장기에 우리는 모두 죽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지금 한국사회에도 유효하다. 청소년자살률과 노인자살률 OECD 1위라는 비참한 현실을 방치하고 경제를 살리고 사회를 통합하겠다고 외치는 지도자는 사기꾼이다.

지난 9년 동안 보수정권은 재벌지배체제의 개혁보다는 경제력 집중을 조장하였고, 무리한 감세정책으로 양극화를 조장하고 국가채무를 누적시켰다. 혁신적 벤처중소기업의 창업여건은 악화했고, 노동의 유연성을 앞세워 노동소득의 분배여건을 악화시켰다. 대학의 혁신을 선도하기보단 대학사회를 권력에 순응시켰다. 공유와 개방을 통한 제4차 산업혁명의 토양을 조성하기보다 독점과 단절을 통한 소수 독점재벌의 기득권을 보호했다.

지금 한국경제의 위기는 체제개혁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새로 출범할 정부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엄정한 시장경제규범(rule of game)을 확립하고 불공정경쟁의 이득을 환수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개발시대의 타성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던 시대는 끝났다. 정부는 경쟁과 혁신이 가능한 마당(platform)을 펼쳐주되, 경쟁에 탈락한 자도 삶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와 잔여적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사회안전망을 펼쳐야 한다. 정부의 체계도 폐쇄적 중앙집권체제보단 공유와 개방이 가능한 지방분권체제가 더 유효하다.

새 정부는 북유럽국가에서처럼 담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재벌 등 자본의 역할을 존중하되 정경유착의 부패 고리를 끊고 비정규직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조세부담의 인상을 설득해야 한다. 노동자에게도 생활의 안전보장은 확충하되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고, 복지재원 염출을 위한 조세부담의 증가를 요구해야 한다. 촛불민심에서 보여준 국민의식은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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