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바른정당 미스터리

서민

발행일 2017-03-3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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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 거듭나겠다는데 배신자 규정
정치인들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져야 하듯
유권자도 제대로 된 정치위해 책임을 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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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의혹 제기는 숱하게 있었지만, 그 증거가 세상에 알려진 건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최초였다. 더 이상 발뺌할 수 없었던 대통령은 그 다음 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며 올림머리를 숙였다. 그날부터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다. 기삿거리는 차고 넘쳤고, "최순실이 이런 일도 했다니!"라며 놀라는 일이 거의 매일 벌어졌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들은 국정농단의 공범인 박근혜를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었기에, 광장으로 나가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이 외침에 놀란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다. 문제는 의석수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의석수를 모두 합쳐도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00석에 미치지 못했기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나와야 했다. 최순실게이트에 새누리당이 책임질 부분도 많았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새누리당도 탄핵안에 찬성하는 게 옳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건전한 보수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장악한 친박세력은 전혀 그럴 뜻이 없었던 모양이다. 소위 비박세력의 도움으로 탄핵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친박들은 여전히 대통령을 싸고돌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은 추태를 일삼았다. 제정신이 박힌 의원들은 결국 새누리당을 나와 새로운 당을 만드는데, 그게 바른정당이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맹활약한 이혜훈·장제원·김성태· 하태경이 포진한 바른정당, 김진태와 성주의 이완영이 있는 새누리당, 구성원의 면면으로 보면 후자의 몰락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추가 탈당이 이어지지 않는 바람에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33석에 그친 반면 새누리당, 즉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의석수 93의 거대정당이다. 게다가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창당 초기보다 오히려 떨어졌는데, 현재 4.9%의 지지율로 정의당의 5.2%보다 낮을 정도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13.7%로 국민의 당과 함께 공동 2위다. 국정농단의 부역자들이 훨씬 더 잘나가고, 정의의 편에 선 이들이 잘 안되는 이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대선주자의 지지율을 봐도 한숨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3월 27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의 지지율은 2.2%에 불과한 반면, 자유한국당 후보경선에 나선 홍준표는 9.5%, 김진태는 5.0%를 기록하고 있다. 유승민은 진보에 속하는 유권자들까지 매우 합리적인 보수로 판단하는 후보다.

팟캐스트 파파이스에 나온 이해찬 전 총리도 유승민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여러 가지 품성으로 보나 정책으로 보나 유승민 후보는 상당히 좋은 보수진영의 후보라고 생각을 해요. 자기 성과가 없어서 국민들에게 각인이 안 되었는데…."

반면 홍준표는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고, 김진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대선에 뛰어든 인물이다. 국민에 의해 파면당한 분을 지키겠다는 분의 지지도가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은 이 현실을 아이러니 말고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사람들은 입만 열면 정치를 욕한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정치가 진흙탕인 이유는 우리나라 정치인의 자질이 외국에 비해 심각하게 떨어지는 탓이다. 과연 그들만의 책임일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세력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정치가 발을 붙일 수 있을까. 유승민의 몰락과 홍준표·김진태의 선전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에 유권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걸 잘 보여준다. 정치인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듯, 유권자도 자신의 지지에 책임을 지자.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해서 말이다.

/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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