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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도 모르고 하는 말을 들어주기란 역겹다. 어제 아침에도 TV에선 '검찰이 아무개 소환일자를 조율 중'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 중' 따위 말이 들렸다. '조율'이 뭔가? 악기의 소리를 표준음에 맞게 고르는 조음(調音)이 '調律'이고 오케스트라 막이 오르기 직전 무대 뒤에서 삑 빽 뿡 빵 음을 조정하는 게 조율이다. 律은 '법률 률'자지만 '音'이라는 뜻도 있어 '율려(律呂→音律)'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고 예부터 음의 고저를 결정하는 표준으로 육률(六律)과 육려(六呂)가 있다. 그런 '조율'이라는 말이 엉뚱하게 잘못 쓰이고 있는 거다. 검찰이 아무개 소환 날짜를 조율하고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다니! 조율이 아니라 '조정(調整, 調定)'과 '조절'이 적절한 말이다. 중국어엔 '조해(調解:탸오지에)'라는 말도 있다. 조정하고 중재한다는 뜻이다.

또 하나 잘못 쓰이는 말이 '조현병(調絃病)'이다. 어제 TV에서도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 참극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고 엊그제 동네 여자아이(8)를 자기 집으로 유인해 살해, 시신훼손까지 하고서도 죄를 모르는 인천의 17세 김 모 양도 조현병이라는 거다. 작년 5월 서울 강남역 부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34세 청년도 같은 병이었고…. 조현병이 대체 무슨 병인가. TV에선 '환자의 정신상태가 현악기처럼 조율이 안 되는 증상'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현악기 음률을 고르는 게 調絃이다. 絃은 악기의 줄이지만 '시위 현'자다. 활시위 弦(현)과 같은 글자다. 활시위가 너무 팽팽해도 느슨해도 안 되듯이 현악기 현도 같다. 그런데 그런 '調絃'에 어떻게 '病'자가 붙는가. 조현병이 아니라 '조현불능병, 조현불가증'이다. 정신분열증이 '조현병'으로 병명이 바뀌었다는 건 난센스다.

세상은 정신질환자로 넘쳐난다. 정신병 인정 범위가 그만큼 넓기 때문이다. 북한 사이비 종교 광신도는 거의가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trauma) 환자고 끝도 없이 중얼거리는 '정신적 반추(rumination)' 환자도 흔한가하면 무책임 무기력 무관심의 3無를 가리켜 정신의학에서는 '정신적 암(spiritual cancer)'이라고 한다. 이번 대선 당선자는 최소한 그런 환자는 아니기를 바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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