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보수 유권자가 주도할 정치 실험

윤인수

발행일 2017-04-0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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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보형 중도세력 주도 대선판도 결정
이기기 위한 지지기반 확장 대상 보수층뿐
무언의 요구, 한국정치 어떻게 변화시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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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5.9 대선 대진표가 확정됐고 대선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한 국가적 내우외환을 감안하면 대선까지의 한 달여 기간도 길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래도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바느질할 수 없고 우물 앞에서 숭늉 달랄 수도 없는 일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의 규모와 수준이 간단치 않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기이고 국민은 짧은 시간 안에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운동장은 기울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지리멸렬하게 분열된 보수진영의 홍준표(자유한국당), 유승민 후보(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저조한 상태에서 답보 중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극적인 상황의 반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두 당 모두 보수의 적자를 강조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훼손된 보수층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선도적 자기 혁신이 없었고, 여전히 작은 패권에 집착하고 있어서다. 사정이 이러니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대선판을 주도하고 있다. 진보와 진보형 중도세력이 보수 무풍지대에서 자웅을 겨루는 형국이다.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판이다.

보수 유권자들은 빈손이다. 보수진영의 대표주자가 없는 대선판은 최초의 경험이다. 미증유의 변화는 늘 역사에 변곡점을 남긴다. 그래서 감히 보수 유권자의 선택이 한국 정치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측해본다. 일각에선 보수층의 표가 갈 곳을 잃고 뿔뿔이 흩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속단이다. 보수층은 반세기 이상 정치적 이념적 지향을 함께해 온 경험을 공유한 집단이다. 보수적 정치패권의 부재를 보수 유권자의 몰락으로 등치할 수 없다. 오히려 보수 유권자들은 싫든 좋든 무조건 지지해야 할 보수패권의 부재로 인해 난생처음으로 전략적이고 실용적이며 정책 지향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게 됐다.

매우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보수 유권자의 집단적 자율권이 진보와 진보형 중도세력이 주도하는 대선의 판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심의 출구를 찾는 보수 유권자들에게 비상구를 열어주는 후보가 판세를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후보는 누구보다 강력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만 바로 그 이유로 또 다른 패권정치의 혐의를 받는 역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지율이 박스권 안에서 머뭇대고 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최근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역전의 결정적 지점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이기려면 지지기반을 확장해야 하고, 확장의 대상은 임 잃은 보수층뿐이다.

문, 안 후보가 보수층으로 표를 확장하려면 보수진영의 안정희구 심리를 다독여야 한다. 안보와 역사문제, 산업화세력에 대한 균형적이고 실용적이며 통합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보수층을 안기 위한 비전제시를 위해 내부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 후보는 패쇄적 지지기반의 벽을 넘어야 하고, 안 후보는 호남 지지기반의 눈치를 봐야 한다. 누가 자기 내부의 벽을 깨뜨리고 상생의 대의와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보일지가, 누가 우물을 탈출한 개구리가 될 것인지가 차기 대선의 관건이 될 것이다.

두 야당 후보의 경쟁을 보수 유권자가 결정짓는 대선판도는 한국정치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새 대통령은 집권기반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국가운영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보수정당에게는 보수 유권자의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에서 혁신과 변화의 방향을 읽고 보수의 가치를 재창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보수 유권자들의 무언의 요구가 한국 정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의미심장한 대통령선거 국면이 열렸다.

/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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