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한국의 상인정신을 찾아서

이한구

발행일 2017-04-1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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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60여년 된 갈빗집' 사장
손수 굽는 갈비와 '정직' 장사비결 첫손 꼽아
자신 7·소비자·직원 3… 그의 철학은 '칠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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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재벌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옥살이가 상징적인 사례이다. '총수만은 절대 감옥 안간다'는 삼성의 오만(?)이 창업 3대에 무너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이후 재벌들은 더 위축됐다.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는데 재벌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동참해 초과이윤을 도모하려 했다는 비판이 고조된 탓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기업정서는 같다. 맹자는 이익을 탐하기 전에 먼저 옳고 그름부터 생각하라며 중의경리(重義輕利)를 강조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을 벌기 위해 돈벌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치부행위에 부정적인 기독교사상을 현실에 부합시키려 노력했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상인의 몫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최소이윤을 주장했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가인 하이에크는 "지성의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갈수록 사회주의자의 신념을 만나기 쉽다"고 했다. 교육정도와 합리주의 간에 상관관계가 높음을 감안할 때 갈수록 반기업정서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서양의 근대사상인 공리주의와 경험주의에 근거한 자본주의적 세계관을 탐색하곤 했다. 막스 베버는 기독교적 소명인 근검절약에서 해답을 찾았던 것이다. 일본 상인들의 영원한 스승인 이시다 바이간(石田梅岩, 1685~1744)이 주목됐다. 그는'석문심학'에서 노동은 힘든 것이 아니라 인격수양의 길이고 상업의 진정한 목적은 좋은 물건을 싸게 공급하는 것이라며 상인들은 소비자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8할의 벌이'에 만족할 것을 설파했다. 천년 노포(老鋪)의 나라에 합당한 가르침이다.

중국의 상인들은 호설암(胡雪巖, 1823~1885)을 닮고 싶어 한다. '아큐정전'의 저자 노신(魯迅)조차 그를 '봉건사회의 마지막 위대한 상인'으로 극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호설암은 중국 역사상 최초로 일품(一品)의 관직과 그 지위를 상징하는 붉은 산호가 박힌 모자를 하사받은 홍정상인(紅頂商人)이었다. 홍정상인은 자신이 번 돈으로 나랏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히 하는데 크게 기여한 상인에게만 주어지는 명예로운 관직인 것이다. 그는 평생 '다른 사람을 속여서는 안된다'는 의미의 '계기(戒欺)'와 '하나의 상품에는 두 가지 가격이 없다'는 내용의 '진불이가(眞不二價)'로 일관해 10억 중국인들로부터 상성(商聖)이란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고전적인 상인정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같은 유교문화권인데 말이다. 한말의 거상 임상옥(林尙沃)이나 대신불약(大信不約)의 개성상인에게서 약간의 흔적이 확인될 뿐이다. 그런데 우연히 근착의 모 일간지에서 흐뭇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서울 신촌에서 60여 년 동안 고깃집을 운영해온 '연남서식당'의 이대현 사장을 확인한 것이다. 이 식당은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포르 뿐 아니라 심지어 미국과 영국에서 한국의 '대표 맛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연매출 30억원의 갈빗집이다.

이 사장의 학벌은 중학교 중퇴가 전부이다. 6·25를 겪는 동안 가정이 풍비박산된 때문이다. 그는 장사비결로 서슴없이 '정직'을 꼽았다. 또 그는 70대 후반의 고령임에도 식당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마지막에 퇴근함은 물론 손수 갈비를 굽는다. 주인은 절대 게으름을 피우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의 노사관은 '직원은 운전자이고 주인은 타이어를 갈아주고 연료를 넣어주는 정비사'란다. 세계 최장수 기업인 일본 곤고구미(金剛組)의 오너 경영인들이 연상되었다.

그의 인생철학은 '칠삼'이다. 자기 몫(이윤)이 10이라도 자신은 7만 가지고 3은 소비자와 직원들에 되돌린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더 많은 손님이 찾는단다. 또 그는 떼돈(?)을 벌 수 있는 체인점이나 분점 개설권유도 사양한다. 체인점은 사기성이 있다는 것이다. 약간은 부족해도 남과 상생할 줄 아는 연남서식당 이대현 사장의 경영관에서 한국자본주의의 희망이 읽힌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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