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꽃 ― 세월호 0416-

권성훈

발행일 2017-04-1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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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1965~)

산길에/꽃이 떨어져 있다.//
시들었다./말랐다./꽃잎 그대로 오그라들었다.//
산길에/꽃이 떨어져 있다.//
연보라빛 꽃판이 싱그럽다./체온이 아직 남아 있다.//
혼자서/숲길에 앉아/떨어진 꽃/생각한다.//
새가 울다 그친다./또 운다./그친다.//
그 사이/아주 작은 소리가 있었다.//
한숨처럼/떨어진 꽃/돌아보지 않는다.//
누군가/이곳에/왔다 간다.//

방민호(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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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아픔을 실은 배가 더 많은 슬픔을 싣고 돌아왔다. 거기에는 분명 다하지 못한 '꽃이 떨어져 있다' 이 꽃은 "시들었다. 말랐다. 꽃잎 그대로 오그라들"기를 반복하며 오늘을 기다리며 죽음의 바다를 건너 왔을 것이다. '연보라빛 꽃판이 싱그러운 봄날,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슬픔의 선실'에서 아이들의 울부짖던 소리가 녹슬어 있다. 우리는 '한숨처럼 떨어진 꽃'다운 나이로 죽어간 그들을 향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과 여기저기 피어난 개나리꽃을 함께 보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 노란 4월의 한복판의 '숲길에 앉아 떨어진 꽃'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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