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나라도움'을 포기합니다

정부 국고보조금 카드발급사업
신용제한등 문턱높은 자격심사
문화예술단체 지원금 거부속출
"공무원 편의주의" 반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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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수차례 교육 듣고, 공인인증서도 발급받고, 시키는 대로 다 해봐도 시스템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포기합니다."

경기도 내 한 지역문화재단에서 예술단체 2곳이 지역예술프로젝트를 포기했다. 기획재정부가 기획한 새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을 통해서는 도저히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중 한 곳은 마을 주민과 미술작가들이 모여 전시를 기획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키로 했었다. 수개월 간 지역의 학교·어린이집을 비롯, 마을 주민을 찾아다니며 어렵게 준비했지만 엉뚱하게 정부의 시스템 앞에 주저앉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A 작가는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겠지만, 도저히 e나라도움으론 사업을 진행할 자신이 없다"며 "보조금 사업 상당수가 정보 소외계층이 많을 텐데 그들이 이 시스템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시스템을 활용해 이들에게 보조금 받을 자격이 없다고 낙인찍는 것"이라고 현실을 비꼬았다.

나라를 돕기 위해 만든 'e나라도움'이 무리하게 시스템을 도입해 문화사업 전반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4월 4일자 2면 보도) 결국 보조금 받기를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예술단체, 개인 작가 등 문화계 보조금 사업자 상당수가 일정한 수입이 없어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기재부는 별다른 조치 없이 보조금 지급수단을 신용카드로 한정했다.

카드사는 이들에게 일반 신용카드 발급과정과 똑같이 신용 제한을 두고 있어 어렵게 시스템의 벽을 뚫고도 지원금을 지급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 대한 자격제한을 두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현장 곳곳에서 일고 있다.

경기도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B 단체는 보조금을 지급 받기 위해 신용카드 발급을 카드사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카드사는 대표자의 신용등급을 문제 삼았다. 'e나라도움용 카드'라고 설명했지만, 카드사는 카드 발급 원칙대로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A 단체 대표는 대표자까지 바꿔가며 몇 차례에 걸쳐 카드사에 사정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단체 관계자는 "어차피 보조금 사업비로만 쓸 수 있는 카드인데, 원칙을 내세워 발급을 못하겠다는 신용카드사나 무작정 사업만 시작해놓고 나 몰라라 손놓고 있는 정부 모두 황당하다"며 "카드발급이 가능한 사람으로 대표자를 변경하겠다고 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는 차가운 말만 들었다. 모욕감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개인 미술작가들은 7월이 돼야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지원금을 사용하려면 일일이 e나라도움을 통해 계좌이체를 해야 한다.

한 작가는 "재료를 구매하는 곳들 대부분이 소규모 미술상들인데, 그때마다 일일이 e나라도움에 들어가 어떻게 계좌이체를 하느냐. 작품활동과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면서 어렵게 활동을 해나가는데, 공무원들이 사무실에 앉아있는 오전 시간에 e나라도움을 활용해 결제하라는 것은 너무 현장을 모르는 편의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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