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UP’을 가다

['스타트 UP'을 가다·15]'스마트 우산' 만든 클레프 이노베이션

찬밥 우산, 영국서 히트 '비 온 뒤 맑음'
입력 2017-04-17 23:47 수정 2017-12-06 19:47
지면 아이콘 지면 2017-04-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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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사서 오래 쓰게 만들면 어떨까' 사업 시작
국내 선보인 시제품, 투자는 커녕 관심도 못끌어
구혜림 대표, 영화 '어바웃타임' 접하고 영국행
현지조사 통해 손잡이에 온열·랜턴등 기능넣어
투자 유치 성공… 정식 판매 전부터 '주문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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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들고 다니던 우산이었다. 싸구려를 사서 한두 번 쓰고 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비가 그치면 아무렇게나 던져놓기도 했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사소한 물건이었지만, 생각을 바꾸니 사업이 보였다.

17일 경기지방중소기업청 창조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난 클레프 이노베이션 구예림(26·여) 대표는 험난하기만 했던 자신의 창업 스토리를 꺼내 놓았다.

그가 처음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시절인 2015년 즈음이었다. 미국 여행을 하는 동안 때마다 우산을 사고 버리는 것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구 대표는 '우산을 한번 사서 오래 쓰게 만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거기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끄집어 냈다.



그때 생각했던 아이디어 중 한 개를 시제품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미적지근한 반응 뿐이었다. 투자는 커녕 관심조차 제대로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었다. 고민에 빠진 구 대표의 눈에 우연히 영화 '어바웃타임'이 들어왔다. 비가 오는 영국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 비가 많은 영국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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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자본도 없고 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구 대표는 함께 창업을 시작한 2명과 그렇게 영국으로 향했다. 무모하기만 한 도전이었지만, 차근차근 해내겠다고 다짐하며 떠난 먼 길이었다. 영국에 도착해서는 현지 반응과 분위기를 조사한 뒤 한국에서 준비해간 자료를 전면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처음엔 우산 대여사업을 구상했지만 현지 시장동향조사를 통해 우산 손잡이에 랜턴, 배터리 충전, 온열 시스템을 넣은 모델을 구상해냈다.

구 대표는 "당시 투자자들을 만났을 때 갖고 있던 돈이 달랑 50만원이었다"며 "경험도 없었고 정말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었다. 제안서도 과제를 하듯이 만들었고, 우산 이미지도 종이에 그림을 그려갔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자자들을 설득한 그는 결국 2015년 11월 영국에 정식 법인을 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구 대표는 "영국의 투자자들은 사업 규모와 실적 등을 물어보는 대신 '우산의 의미'나, '우산을 팔고 남은 이익금의 10%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을 주로 물어봤다"며 "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했던 것이 투자 유치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구 대표가 열정만으로 창업한 클레프 이노베이션은 우산 손잡이와 프레임이 탈착되는 다기능 우산을 개발해 정식 판매를 앞두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우산은 영국에서 구상한 대로 배터리 충전, 온열, 랜턴 등의 기능을 넣은 스마트 우산이다. 비가 많이 와 우산도 많은 영국이 타깃이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영국인들의 마음을 훔쳐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과 아이디어를 쏟아부었다.

덕분에 아직 정식 판매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지난해에만 개인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주문이 3천∼4천건에 달하고, 영국 정부와 공공조달 협약도 체결했다. 기업 홍보용 우산 주문도 속속 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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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프 이노베이션 구예림 대표는 "영국과 한국을 오가는 등 출장이 잦아 한 군데에 자리를 잡기가 힘든데 회사 운영에 어려운 부분을 경기중기청에서 도움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지난해 2월 글로벌 벤처 창업 공모전에서 혁신상을 받은 클레프 이노베이션은 그 해 10월 K-Global IoT(사물인터넷) 챌린지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한편, 한국을 빛낼 K-Global 3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 사업 아이템이 미래를 꿈꾸는 유망 기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현재 우산은 90% 정도 완성된 상태로 법률적인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 구 대표는 "영국에서는 두 달여 뒤에 주문을 받은 분들께 먼저 배송을 하려고 한다"며 "한국에서도 수요가 생기고 있어 국내 출시도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클레프 이노베이션의 우산 브랜드 명칭인 '바오밥 브롤리'에 대해서도 구 대표는 "처음에는 '비온다'라는 이름으로 영국에서 출시하려고 했는데 영국인들이 이해를 잘 못할 것 같다는 의견을 들어 수정하게 됐다"며 "바오밥 나무는 다 자라면 우산 모양을 하고 있고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그런 바오밥 나무의 이미지를 따와서 오래 쓸 수 있는 우산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클레프 이노베이션은 한국에서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 업을 영국에 소개하고 파트너와 연결하는 일도 하고 있다. "도움을 받은 만큼 남들을 돕고 싶다"는 구 대표가 영국에서 자리 잡은 선배 기업의 입장에서 후배 기업을 돕는 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구 대표는 미국과 영국은 같은 영어권이지만 문화적 차이는 분명하다고 했다. 가장 큰 문화적 어려움으로 언어를 꼽았다. 그는 "영국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해야 영국인들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며 "미국식 영어에 익숙했던 제가 영국식 영어로 발음과 표현을 고쳐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발표 전날까지도 이게 잘 고쳐지지 않아 마음 고생을 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향후 클레프 이노베이션은 우산을 넘어 손잡이를 활용한 사업 확장도 준비 중이다. 클레프 이노베이션 만의 우산 손잡이 기술을 활용해 자전거, 캐리어 등 손잡이가 필요한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구 대표는 "손잡이를 잡았다가 떼면 기기가 멈추고, 히팅이나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기능도 장착된 제품을 구상하고 있는데 내년 출시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레프 이노베이션 사무실은 경기중기청 4층 창조기업비즈니스센터 한 편에 자리잡고 있다. 경기중기청에서는 클레프 이노베이션이 강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사무 공간, 마케팅 자금 지원 등을 돕고 있다.

구 대표는 "영국과 한국을 오가는 등 출장이 잦아 한 군데에 자리를 잡기가 힘든데 회사 운영에 어려운 부분을 경기중기청에서 도움받고 있다"며 "CNC나 3D 프린터 등 고가 장비들을 창업자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에 시범 상품을 만드는 것도 편리하다. 경기중기청에 있다고 하면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도 장점인 것 같다"고 소개했다.

구 대표는 청년 창업에 대한 본인의 생각도 함께 전했다.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창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인생에서 한 번 쯤 도전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저도 한때 프로파일러라는 꿈을 꿈꾸기도 했다. 그리고 굳이 대기업을 바라보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은 것 같다"며 "아이템이 없더라도 좋은 구성원들이 있으면 안 될 것도 되는 것 같다. 창업의 꿈을 함께 이뤄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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