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년의 늘찬문화]새 정부의 새로운 문화정책 기대

손경년

발행일 2017-04-2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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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원래대로라면 공직자선거법에 의해 제 18대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기 70일 전인 2017년 12월 20일에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음으로써 3주 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었고, 이와 함께 각계각층에서는 새 정부에게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문화정책영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간의 정책을 재검토하고 더 나아가 '문화민주주의'의 성장기반이 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제기되었던, 그럼에도 허약함이 여전했던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 조성, 예술의 사회적 권리 확대, 예술인 사회보장제도, 생활문화 활성화, 시민참여형태의 문화정책 수립기반 마련 등의 의제가 다시금 수면 위에 올라와 있다.

레이몬드 윌리엄즈가 '키워즈(Keywords)'에서 '문화는 영어(English)에서 가장 복잡한 두 세 단어 중 하나'라고 말했듯이, '문화'정책은 여타 정책과 비교해 볼 때 당장의 효과를 보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양식과 깊이 관계하고 있어서 만만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화예술의 가치와 힘은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데 있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문화정책 수립을 통해 삶의 조건을 다시금 구조화하고 미래의 삶을 주체적으로 구성하는데 애를 써야 할 것으로 본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상화로 젊은 세대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는 이득도 있지만, '유동하는 세계'에서의 우리는 '거짓말과 환영, 쓰레기, 폐기물 같은 껍질들을 분리해내서 읽을 만한 낟알과 진리의 낟알을 뽑아내도록 도와주는 탈곡기가 없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바우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끊임없이 계속해서 정체성을 재부팅하는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도록 하고 '보다 많은 양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즐거움의 질을 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필요성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렇듯 거시적인 사회 변화 현상과 정치적 변동을 직면한 우리는 예술적 자유를 인식하고 보호하는 것이 예술가의 존재와 창조적 행위의 보장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라, 문화 분야 전문가들의 책임,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삶과 상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삶 속에서 문화적 표현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즐거움을 주고받는 것 이외에, 그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를 논의하고 또 주변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정책은 이러한 인식적 흐름을 토대로 예술적 자유 및 표현과 관련하여 예술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장려·보장하는 것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펼칠 것이며, 정책이 수행되는 공적기관의 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 타인과의 공명과 공감대를 갖는 것, 모름지기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 낸 새 정부에서의 대통령, 장관, 국가 공무원, 공공기관의 장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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