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암과 스트레스와 정치

박상일

발행일 2017-04-2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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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고 자주국방… 후보마다 큰소리
토론회 보는 국민들 가슴에 와 닿지 않아
암 걸리게 하는 대통령 이젠 안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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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경제부장
작년부터 슬픈 소식이 연이어 날아왔다. 가까운 선배의 아내가, 정말 친한 동창 녀석이, 아직 한창 나이의 후배가 연이어 비보(悲報)를 전했다. "암에 걸렸어."

소식을 듣는 내 가슴도 '덜컥'하는데, 진단을 받은 순간 본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너무도 흔하게 암 환자의 고통을 접하고 있는 우리에게 암은 말 그대로 '공포'나 다름없다. 하지만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이들 중 두 사람은 치료를 잘 받아 위기를 넘겼다. 한 사람은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간절하게 빌어본다. 나머지 한 사람도 다시 건강을 되찾게 해 달라고.

우리나라는 사망 원인 중 암에 의한 사망이 압도적으로 가장 많다. 2015년을 기준으로 암에 의한 사망은 인구 10만 명 당 150.8명이나 된다. 두 번째 사망원인인 심장질환의 55.6명의 거의 3배다. 심장질환에다가 3위 뇌혈관질환(48.0명), 4위 폐렴(28.9명), 5위 자살(26.5명)까지를 몽땅 합쳐야 암 사망률과 비슷해 진다.

정부는 이런 암 사망을 줄이기 위해 꽤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조기진단'이다. 암을 초기 단계에서 발견해 치료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년이 되면 암을 찾아낼 수 있는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했다. 건강보험을 통해 검사비용도 해결해 주었다. 하지만 암 사망률을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 당 암 사망자 수는 지난 2005년 133.8명에서 10년간 거의 줄어들지 않고 계속 높아졌다.

이쯤 되면 정부의 정책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당연해진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문제는 암 발생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지 못하고 발생한 암을 빨리 찾아내려고 하는 데 있다. 물론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암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그렇지 않은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암 발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지속해서 받게 되면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는데,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어 시스템도 약화돼 암이 짧은 시간에 증식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몸 어딘가에서 계속 생겨나는 암세포가 방어시스템에 의해 소멸되지 않고 거침없이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암에 걸릴 확률을 낮추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 외에도 유전적 문제, 대기 오염, 주거 환경, 음식물 섭취, 각종 약물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암 발생과 예방에서 스트레스의 중요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과 정부가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스트레스를 덜어 주기는커녕, 오히려 국민들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고 있는 모양새라 더 한심하다. 뻥뻥 터지는 대형 사건·사고들, 하루하루가 고달픈 팍팍한 직장,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 시달리는 국민들이 암에 걸리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해 보인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들이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거의 매일같이 TV에서 토론회가 진행된다. 지역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자주국방을 하겠다고 후보마다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선거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TV 토론회나 유세를 지켜보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들이 내놓은 공약은 가슴에 와 닿지 않고, 그들이 벌이는 거침없는 상대 후보 비방은 차라리 귀를 막고 싶게 한다.

이들 후보 중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과연 대통령이 된 후 국민들을 지옥 같은 스트레스에서 건져줄 수 있을까? 국민들을 암에 걸리게 하는 대통령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박상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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