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또 다시 봄을 빼앗기나

김순기

발행일 2017-05-0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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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탓 외부활동 곤란 대기질 'OECD 하위'
중소사업장 중금속등 오염물질 배출 관리안돼
환경부·경기도 아스콘공장 조사결과 발표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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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 사회부장
벌써 봄이 무르익었다. 칙칙한 겨울 끝에 찾아온 목련·개나리·진달래 등이 '안녕'하며 화사한 색깔로 봄을 알렸고, 벚꽃은 분홍빛으로 자기 몸을 불사르며 잠시 세상을 비추다 스러져갔다.

5월의 장미가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고 외칠 때 쯤이면 우리는 갈수록 짧아지는 봄과 또 다른 의미의 '안녕'을 해야 한다. 이상화 시인이 울분과 저항으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은유했던 그 봄과 말이다.

봄은 그렇게 세상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정체를 꽃에 담아 스스로 드러내고 숨는다. 부끄러운 듯 '안녕'하며 나타났다가 준비 안된 연인에게 갑작스레 '안녕'하듯 사라진다. 그래서 희망을 상징하는 봄이 더 소중하고 애틋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봄을 맞이하는 우리는 '안녕'하지 못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는 한탄 속에 봄에게 '안녕이라는 말을 건네는 것은 사치가 돼 버렸다. 미세먼지로 인해 아이들은 운동장을 빼앗겼고 어른들은 봄나들이를 빼앗겼다.

미세먼지는 한때 우리나라의 '봄 불청객'을 자처했던 황사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찼다. 황사는 중국 내몽골 사막의 모래와 흙먼지가 강한 바람을 타고 한반도 쪽으로 넘어오면서 발생한다. 미세먼지는 여기에다 중국 공업지대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이 더해져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그 질이 다르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분류된다. 기도·폐·심혈관·뇌 등 신체 각 기관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천식·호흡기 질환·협심증·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 등을 유발한다. 심지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1군 발암물질에 석면, 벤젠과 함께 미세먼지를 포함했을 정도다.

와중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제 대기질 평가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대기질이 180개 국가 중 173위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는 덧붙여 미세먼지와 오존으로 인해 지난 2010년 1만8천여명이 조기 사망했으며, 오는 2060년에는 5만5천여명이 조기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황이 이 정도니 시민들이 아침에 일기예보다는 미세먼지 예보를 먼저 챙기고 그 정도에 따라 외출을 삼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미세먼지와 관련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 대한 강력한 대응'에서부터 '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 '낡은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석탄 발전 감축'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효성 있는 대책은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인 오염물질 배출을 얼마나 규제하고 관리하느냐에 있다고. 중국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실태를 들여다보면 배출 시설과 관련해 수도권에서는 대형 사업장에 대해 총량관리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밖과 중소형 사업장의 배출시설은 사실상 관리가 거의 되지 않아 전국적으로 약 5만개 시설이 오염물질을 그대로 배출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에만 47개가 산재해 있는 아스콘 공장들이다. 벤조피렌을 포함해 각종 특정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왔지만, 규제는 고사하고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환경부와 경기도가 최근에 정밀조사를 진행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 결과에 대한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서구 선진국들이 특별히 관리하는 특정대기오염물질의 경우 기준치마저 정해져 있지 않은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실천이다. 또다시 봄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봄은 '안녕'해야만 한다.

/김순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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