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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1942~) |
어떻게 하라는 /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 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 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 자꾸만 손짓을 하고.
오세영(1942~) |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눈에 보이는 것은 시선 안에 놓인 것만 본다는 것이다. 반대로 보자면 시선 밖은 제외하고 보는 것으로써 어쩌면 우리는 모래알보다도 작은 '근시적 시안'를 가졌다. '푸르디푸른 이 봄날' 푸름이 더해가는 5월 역시 '부신 초록'을 바라보는 것에 주목하고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한 향기로 숨 막히는' 세계를 응시하게 만든다. 그것은 초록을 들여다보면 사물들이 죽고 썩어서 그 형체가 사라진 흙에서 얻은 양분으로 5월의 푸름을 일궈내는 것이다. 따라서 5월의 뿌리는 죽음이 되는 것으로써 그것을 깨닫는 순간 5월은 죽은 '육신을 붙들고' 땅에서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죽음의 색채'로 파고든다. 그러기에 우리의 삶은 '아아, 살아 있는 것도 죄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며, '먼 하늘가에 서서'보면 당신의 곁에서 사라져간 당신이 '자꾸만 손짓을 하고' '장미의 가시'로 찔려오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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