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수기득리: 그릇 따라 이로움을 얻는다

철산 최정준

발행일 2017-05-03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7050201000141600005481

사람들이 세상에 나올 때는 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타고난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이제까지 줄곧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져 왔다. 즉 아무리 가난하게 태어났어도 다 자기 먹을 복은 있기 때문에 최소한 굶어죽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사회로 진입하면서 이 속담을 비관적인 의미로 보는 그런 경향이 나타났는데, 최근의 '금 수저 흙 수저' 타령이 대표적이다. 내가 태어날 때 내 그릇과 수저가 부모대로부터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태어난 후에 내가 바꿀 수 있는 인생의 여지는 적다는 한탄과 자조가 섞인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릇이 최소한의 자신(自信)의 의미가 아니라 나의 의미와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포기(抛棄)의 의미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릇타령과 관련해서 의상의 법성게에서 수기득리(隨器得利)라고 하였다. 이 말은 가뭄에 하늘을 꽉 채우는 비가 내려도 그 비를 받을 그릇의 용량에 따라 이익을 얻으니, 사람도 나에게 유익함이 오냐 오지 않느냐를 탓하는 대신 그것이 왔을 때 담을 수 있는 자신에 맞는 기량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말을 개인적 차원의 기량 뿐 아니라 공동체적 공감과 합의에 의한 사회적 기량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국 눈이 있어도 감고 있으면 보이지 않고, 보고 싶어도 눈이 없으면 보이지 않듯이, 사람의 그릇도 선천적으로 정해지는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그 후천적인 기량이나 쓰임새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철산 최정준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