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재협상 발언에 대한 반론

임양택

발행일 2017-05-0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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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TA체결 안한 日·獨 무역수지
600억달러 이상 적자 어찌된 건지
한·미 2012년 발효후 5년간 세계무역
연평균 2% 감소 불구 되레 1.7%↑
방위비 분담금도 20년간 9배 증가
게다가 무기도 세계1위 수입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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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29일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미국은 한국의 대미(對美)상품 수지 흑자가 2011년 116억달러에서 2016년 232억달러로 증가한 것을 보고 한·미 FTA가 미국측에게 불공정하게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근시안적 '생트집'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미국의 대한(對韓)무역수지 적자 요인을 한·미 FTA에서 찾는다면, 일본과 독일 등과는 미국이 FTA를 체결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일(對日)무역수지에서나 대독(對獨)무역수지에서 각각 6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경상수지의 차이는 상이한 경제구조에서 비롯된다. 한국, 일본, 독일은 저축지향적 경제구조인 반면에 미국은 소비지향적 경제구조이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로서 혹은 미국 국채 매입을 통하여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분을 오히려 보전해준다. 나아가, 한국기업들의 대미직접투자가 확대되어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에 비하여 1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2) 한·미 양국의 무역수지 차이는 양국의 산업경쟁력 차이에서도 비롯된다. 한국은 제조업에서, 미국은 서비스업에서 각각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상품무역에서 흑자를, 미국은 서비스무역에서 흑자를 각각 보이고 있다. 그 증거로서, 2012년 한·미 FTA가 발효한 후 한국의 대미서비스수지 적자 규모가 2011년 109억달러에서 2016년 약 141억달러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점을 인식한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2016년 보고서는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대한무역수지 적자 폭이 완화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3) 한·미 FTA는 양국 모두에게 호혜적 성과를 야기했다. 한·미 FTA가 2012년 발효한 후 5년간 세계무역은 연평균 2%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한·미 간 무역은 오히려 1.7% 증가했다. 이렇게 무역량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1년 2.57%에서 2016년 3.19%로,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동 기간 8.50%에서 10.64%까지 각각 상승했다.

(4)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이 안보를 위한 것인데, 왜 미국이 상기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가라고 지속해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방위비의 한국분담금은 1991년 '방위비분담특별협정'를 체결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2017년 한국의 분담금은 9천500억원으로 지난 20년간 9배가 증가됐다. 미국의 동북아 거점 군사기지인 평택 미군기지(1천467만7천㎡, 세계 최대 규모) 조성비용 17조1천억원 중에서 한국은 8조9천억원을 부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재협상해 미국이 관세 재산정(현행 0~0.07%에서 최고 8~11.8%로 상향조정)을 통해 무역수지 적자 폭을 한·미 FTA 발효 전 수준으로 줄여나간다면 한국의 대미수출 손실액이 최대 170억달러(자동차산업: 101억달러, 기계산업: 55억달러, 철강산업: 14억달러)로 추산된다. 이 결과, 한국경제는 중대한 위기국면에 봉착하게 된다. 즉, 10여만개의 일자리가 소멸되어 실업대란이 야기될 것이다. 이것은 다시 투자·소비·수출을 위축시켜 46조원의 생산유발손실이 야기될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무기의 세계1위 수입국이다. 2006년 이후 한국은 미국산 무기를 총 36조 360억원어치 구매했다. 이것은 세계 최대 규모이며 2016년 한해 한국의 국방비(38조원)와 맞먹는다. F-35A 전투기, 글로벌 호크 등 현재 진행 중인 무기 도입사업에 따라 향후 한국이 미국에 지급해야 할 금액이 10조원을 넘는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근시안적 '생트집'에 쫄지 말고 의연하게 상기의 논리로 대응하면서, 한·미 FTA 재협상이 아니라 FTA 내용을 양국이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또한, 동아시아 평화를 뒤흔들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 세계 패권국인 미국이 한·미동맹의 의미를 금전이나 경제문제로 훼손시키는 망언이 헤프게 자주 튀어 나와서는 안된다는 점도 충고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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