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계약이 만료된 방신봉.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
"후배 감독들, 날 부르기에는…"
계약 해지 구단 마음 이해가 가
1~2시즌은 더 뛸수있는 몸 상태
"33년 동안 멋 있게 배구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힘이 되어 줬기 때문이다."
프로배구 수원 한국전력과 계약이 만료되며 자유의 몸이 된 센터 방신봉은 지금 자신의 상황에 대해 '휴가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3일 수원 성균관대학교 인근 음식점에서 만난 방신봉은 "항상 운동만 하다가 집에 있으려니 잘 적응이 안된다. 하지만 33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휴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방신봉은 프로배구의 산증인이다.
프로배구 출범 전 실업리그 시절인 1997년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입단한 방신봉은 198㎝신장에 유난히 긴 팔을 이용한 시원시원한 블로킹으로 '거미손', '황금방패'라는 수식어로 불려졌다.
2006~2007시즌 블로킹 1위를 차지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한 후 2007~2008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기도 했지만 2009~2010시즌을 앞두고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복귀해 2010년에는 최초로 1천 블로킹(실업, 프로 통산)을 달성하며 한국 배구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또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2010~2011시즌 블로킹 1위를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알렸고 2016~2017시즌에도 블로킹 47개를 기록하며 베테랑 센터의 위용을 과시했다.
지난시즌 젊은 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기에 일부에서는 한국전력 방신봉과의 재계약 불가 방침이 아쉽게 다가왔다.
방신봉은 "일반적으로 계약을 해지할때는 전화로 통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구단에서 직접 만나서 팀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시켜줬기에 재계약이 안된 것에 서운하지 않다. 오히려 은퇴하고 쉬고 있는 저를 다시 코트로 불러 줬고 선수 생활을 7년 더 할 수 있게해줘 고마운 팀이 한국전력이다"고 말했다.
이어 방신봉은 "후배들도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기회를 주는 구단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아직 1~2시즌은 더 뛸 수 있는 몸 상태기 때문에 불러주는 팀이 있다면 몸을 사리지 않고 마지막 시즌이라는 각오로 코트에 다시 서고 싶은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현실도 바로 직시해야 한다. 후배들이 감독을 하고 있는 프로배구 현실에서 선배인 나를 불러서 선수로 기용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거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가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 생활하고 있는 요즘 근황에 대해서도 전했다.
방신봉은 "결혼을 일찍해서 첫째가 고3이고, 둘째는 중학생이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큰애가 수능을 준비하고 있어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기도, 간단한 요리지만 가족들에게 직접 만들어 주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구선수 생활 33년을 돌아보면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올 수 있도록 옆에서 든든하게 바라봐 주고 믿어준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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