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문화·예술인 열악한 처우, 누가 시련을 안겨주는가

이윤희

발행일 2017-05-0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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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절반 생계유지 어려워 타직업 종사
'빈익빈부익부' 갈수록 심화 상실감만 키워
국가지원금 받는 체계 문턱 높아 포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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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문화부장
#얼마전 한 모임에서 격론이 일었다. 책을 출간해 인세로 먹고사는 작가를 과연 직업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전업작가'라는 말도 있는데 왜 이런 얘기가 나왔을까. 평소 여러 작가와 친분이 깊고 그 세계를 잘 아는 친구가 "우리나라에 출판 인세만으로 먹고 살만한 작가는 손에 꼽는다. 작가를 업으로 삼고,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 중 대다수는 힘들게 살고 있으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투잡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엄격히 말해 작가는 생계유지 수단으로 봤을 때 직업이라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각종 직업과 관련된 국가적 통계를 총괄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워크넷을 찾아본 결과, 한국직업사전에 '작가'라는 직군이 존재했고, 그것도 63건으로 세분화됐다. 직업전망에 대해선 한국고용정보원을 인용, '2013~2023 인력수급전망'에서 2013년 작가 및 관련 전문가 취업자 수는 1만4천700명으로 2008년 1만6천명 대비 1천300명(연평균 -1.6%) 감소했다. 특히 문학작가의 경우는 국내 경기 침체에 따라 영향력 있는 문예지의 폐간이 현실화되고, 창작 작품의 판매 수 감소, 기업 후원이 줄어드는 등의 요인으로 시장을 위축시켜 문학작가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공연만 많으면 뭐합니까. 빛좋은 개살구죠". 가정의 달이자 전국적으로 축제 및 행사가 가장 많이 열리고 그로 인해 각종 문화·예술행사도 만개하는 5월이다. 분야별 차이는 있겠지만 문화·예술인들의 활동도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시즌이다. 하지만 극단에 몸담고 있는 연극인 A씨는 몸만 고달프지 경제적 상황은 볕 들 날이 없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6개 시·도 14개 분야 예술인 5천8명(1대1 면접조사)을 심층 분석해 지난해 발표한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예술인 가구의 총수입은 평균 4천683만원, 하지만 예술 활동으로 벌어들인 연평균 수입은 1천255만원이었다. 분야별로는 방송(3천957만원), 만화(2천2만원), 영화(1천876만원), 음악(1천337만원), 연극(1천285만원) 순이었다. 연수입 1천만원 미만을 버는 분야도 상당했는데 무용(861만원), 사진(817만원), 미술(614만원)이 있었고, 문학은 214만원으로 지난해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 월급인 294만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연봉'을 받았다. 이런 탓에 예술인의 절반(50%)은 예술 활동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상 두 가지 사안을 단편적으로 얘기했지만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상실감만 키워놓는다. 그 간극을 정부가 나서서 메워주면 좋으련만 여의치 않은 것 같고, 그렇다면 적어도 간극을 더 벌리지는 말아야 할 텐데. 요즘 현실을 보면 바닥으로 더 내리꽂는 것만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가지원금을 받는 모든 단체 및 개인에게 'e나라도움'이라는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지원받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높은 시스템 문턱을 넘느니 차라리 보조금 받는 것을 포기하겠다'며 양손을 들었다. 창작활동을 하다 보면 일상에 소홀한 것이 다반사인데 국가지원금을 받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은행이 신용도 등을 이유로 카드발급을 거절하거나 시스템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 너무 높아 수개월 공들여 준비한 예술프로그램도 포기하고 현실에 무릎 꿇고 만 것이다.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의 국가지원을 확대해도 모자랄 마당에 누가 이들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것인지. 정부는 다시 한 번 곱씹어 봤으면 한다.

/이윤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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