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쌀밥 같은 꽃으로 농사 풍흉 점치는 이팝나무

조성미

발행일 2017-05-0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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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곱게 피었던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 그리고 봄의 여왕인 벚꽃이 지고 나서도 어디를 가든 꽃잔치는 계속 된다. 여기저기서 철쭉제가 열리고 다양한 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면서 꽃향기가 산과 들에 가득하다.

신록이 절정인 계절의 여왕 5월에 싱그러운 봄날을 시샘하듯이 꽃이 피어 새하얀 함박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것처럼 장관을 연출하는 나무가 있다. 바로 이팝나무다.

이팝이라는 이름은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멀리서 보면 사기그릇에 윤기 자르르한 흰쌀밥을 수북이 담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해서 잡곡 없이 입쌀로만 지은 이밥에서 나왔으며 이밥이 이팝으로 변했다고 한다. 특히 이팝나무에 꽃이 필 무렵은 지난해 수확한 양식은 거의 바닥나고 보리는 아직 피지 않은 보릿고개였다. 때마침 모내기철이라 주린 배를 움켜쥐고 농사일을 할 때 사람들은 흰쌀밥 같은 이팝나무꽃을 바라보며 다가오는 가을 풍요로운 수확을 기대했다. 이처럼 이팝나무엔 온 가족이 밥 한번 제대로 배불리 먹고 싶어 했던 옛사람들의 절박함과 한이 서려 있다. 이름에 대한 유래는 24절기 중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에 꽃이 피는데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실제로 전북지방에서는 입하목으로 부르기도 한다.

옛날부터 이 땅에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오며 애환을 같이한 이팝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 7그루인데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향나무 다음으로 그 수가 많으며 대부분 정자목이나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당산목의 역할을 했다. 우리 조상들은 물이 많이 필요한 모내기철에 이팝나무꽃의 많고 적음에 따라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는데, 물이 풍부한 곳에서 잘 자라는 이팝나무에 꽃이 많이 피고 오래가면 그해는 벼농사도 풍년을 예상했다.

이팝나무는 최근 들어 도심곳곳에 가로수로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탐스러운 꽃이 20일 이상 지속되고 단풍과 열매도 아름다우며 무엇보다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에 가로수로 사랑을 받고 있다.

영어로는 '하얀 술'이라는 뜻의 프린지 트리(Fringe tree)라고도 하고 흰 눈을 연상시키는 꽃 때문에 스노 트리(Snow tree)라고도 한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잎을 차로 마시므로 다엽수(茶葉樹)라고도 부른다.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잎이 지는 넓은잎 큰키나무이다. 다 자라면 키가 30미터에 이르고 지름도 몇 아름이나 된다. 잎은 끝이 뾰족한 타원형이고 마주나며 길이는 3∼15㎝정도이다. 꽃은 5월에 새로 나는 햇가지 끝에 흰색으로 피는데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져 있다. 어린 줄기는 황갈색이나 커 갈수록 줄기는 회갈색을 띠고 세로로 촘촘히 갈라진다. 9∼10월에 굵은 콩알만한 짙은 푸른색의 타원형 열매가 열리는데 때로는 겨울에도 가지에 매달려 있다. 번식이 좀 까다로워 발아와 삽목이 잘 안되고 어릴 때 생장이 느린 편이다. 중국, 일본, 대만에도 분포하며, 제주도에 자라는 긴잎이팝나무는 이팝나무보다 잎은 조금 더 길고 꽃잎은 좀 더 가늘고 긴 편인데 보기 드문 우리나라 특산이다.

목재는 염료와 기구를 만드는데 이용한다. 민간요법으로 열매와 수피를 가을에 채취해 말린 후 중풍으로 마비된데, 치매, 가래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이팝나무 어린잎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말려서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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