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마침내 그날이…

신승환

발행일 2017-05-0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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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국가·정치·사회개혁
새롭게 시작하는 첫날 '5·9대선'
만약 지난 시대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광장에 모여 촛불 들어야
우리는 끊임없는 참여·감시 필요
내일은 나의 목소리 선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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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마침내 그날이 왔다. 134일 동안 이어져왔던 촛불 집회가 대통령 탄핵 인용을 통해 법적으로 마무리되었다면, 내일 선거는 촛불 민심이 시민의 권리를 재현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마무리되는 날이다. 그러나 이 날은 끝이 아니라 촛불이 요구한 정의로운 정치와 사회개혁이 새롭게 시작되는 첫 날이기도 하다. 19차례에 걸쳐 평화롭지만 단호하게 "이게 나라인가, 이게 정의인가"라고 외쳤던 그 목소리가 이런 결실을 맺었다. 그 이후 이어졌던 대선 준비기간이 촛불 민심을 담아내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그 외침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하는 결과를 낳은 것은 분명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제는 내일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달려있다. 지난 60일 동안 아쉽게도 우리는 촛불 민심을 거슬리는 수구반동의 외침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수없이 목격해야만 했다. 이 땅에 남아있는 불의와 부패, 불공정과 개혁을 반대하는 힘은 여전히 강력하게 우리 사회를 역행시키려 한다. 그 역행에 맞서는 길은 한 번의 선거로 끝나지는 않을테지만, 그럼에도 내일 대선은 중요한 이정표 가운데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선 후보들은 모두 자신만이 개혁을 달성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외친다. 또는 사표를 방지하고 힘을 얻기 위해 이번만은 자신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정략적인 면에서는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원칙에는 한참 어긋난다. 어떻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후보가 같은 이념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심상정의 정치적 주장을 문재인이 대신할 수 있다면 왜 그들은 다른 얼굴로 대선에 출마했는가. 이번 대선에서 촛불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길은 광장에 모였던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때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촛불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가 외쳤던 올바름과 개혁이 무엇인지를 정략적 고려 없이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촛불 정신이 이번 대선을 통해 올바르게 반영될 수 있다. 그럴 때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후보가 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정치적 힘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 정치상황에서 성공적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촛불을 통해 드러난 시민들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음 대통령이 의지해야할 것은 여전히 수구적이며 지난 시대의 기득권과 왜곡된 사회구조에서 불의한 특권을 누리던 그들이 아니라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목소리이다. 다시 지난 시대의 정치 행태로 돌아간다면 그 대통령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올바른 실패는 그럼에도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왜곡된 성공은 새로움을 막을 뿐이다.

새 정부가 개혁을 달성하는 길은 거듭 시민의 외침에 의지할 때 가능하지 몇몇 반동적인 수구 세력과 연합하는 정략적 행태에 있지 않다. 정치를 모르는 소리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래, 나는 여의도 정치를 모른다. 그러나 정치란 자신의 목소리(logos)로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민이 만들어가는 행위라는 고전 정치학의 원리가 옳다면, 그리고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당하다면 우리가 가야할 정의로운 국가의 길은 분명 그렇지 않아야 한다. 그 길은 결코 그런 세력에 의지하는 구태의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가 재현되는 정치에 있다. 다시금 지난 시대의 정치적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촛불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또 다시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국가와 사회는 새로운 정치를 요구한다. 그것은 오직 사표 운운하는 정치공학적 주장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가장 잘 표현할 때 시작된다. 그렇게 드러난 정치 지형이 올바르게 진행되는지 끊임없이 지켜보고 말하는 계몽된 시민 정신만이 새로운 정치와 개혁을 가능하게 한다. 촛불은 여전히 행진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는 끊임없는 참여와 감시, 그렇게 외치는 목소리에서야 가능하다. 내일 우리는 일등을 뽑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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