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엄마 딸이 더 좋아

권성훈

발행일 2017-05-0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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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1941~)

붕어빵에 붕어 없고 / 국화빵엔 국화 없네, 내가 노래하면 / 칼국수엔 칼이 없고 / 빈대떡엔 빈대 없네, 따라하는 엄마 // 없어서 좋은 것도 참 많겠지 / 내 맘에도 내 마음이 없어지면 / 내 속에도 내가 없어지면 / 그래도 엄마 딸이냐고 물었더니 / 엄청 깊고 넓은 큰 사람이 될 거란다 / 성자聖者가 될 거란다 / 성자보다 나는 엄마 / 딸, 이대로가 더 좋아.

유안진(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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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자신이 지향하는 모델은 스스로 선택한 타입(type)이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는 어느 누구도 채택할 수 없다. 엄마는 아이가 자신에게서 나왔기 때문에 평생을 잘 살아가기를 원하면서 지켜본다. 자식은 '붕어빵에 붕어'와 같이, '국화빵엔 국화'와 같이, '칼국수엔 칼'과 같이, '빈대떡엔 빈대'와 같이 또 다른 닮은꼴을 발견한다. 세상에는 "없어서 좋은 것도 참 많겠지"만 "내 맘에도 내 마음이 없어지면" 어느 누가 있을까? 엄마는 자식을 위해 열 달 동안 자신을 비워낸 '성자'가 아니겠는가. 높아가는 5월 하늘가 "성자보다 나는 엄마"라는, 고단하지만 보람 있는 이름으로 살다간, 또한 살고 있는 "엄청 깊고 넓은 큰 사람" 하나 '내 속에 내가 없어져도' 여전히 거기에 있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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