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기표하고 선거사무원 때리고…장미대선 '옥에 티'

동명이인 관리 부실 드러나…투표용지 훼손·촬영 여전

연합뉴스

입력 2017-05-09 20: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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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가 9일 순조롭게 진행돼 지난 15대 대선 이후 20년만에 80%대 투표율이 기대되는 가운데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옥에 티가 되고 있다.

투표용지 훼손, 기표소 안 촬영에 선거사무원에게 주먹을 휘두른 유권자도 있었고 선거사무원은 선거인명부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하기도 했다.

◇ 투표방법 알려주려다 대신 기표…용지 훼손 잇따라

A(70대)씨는 이날 오전 7시께 부산진구 전포2동 제5투표소인 서면롯데캐슬스카이아파트 1층 회의실에서 동년배인 B(여)씨가 투표소 앞에서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선 기표소까지 동행했다.

그는 B씨에게 투표방법을 설명하다가 B씨의 투표용지에 기표를 해버렸고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인근 강서구 명지동 명지초등학교 투표소에서도 지체장애가 있는 남편(53)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며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 대리 기표를 한 아내(46)가 적발돼 투표가 무효처리됐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가족에 의한 대리투표가 예외적으로 가능하기는 하지만 장애가 있더라도 혼자 투표가 가능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갖은 이유로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충북 제천시에서는 노모와 함께 투표소를 방문한 50대가 기표소에까지 같이 들어가려다가 제지를 당하자 항의하며 투표용지를 찢어버렸다.

증평군의 한 투표소에서는 선거인명부 대조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찢어버려 처벌받게 됐다.

청주시에서는 한 유권자가 "기표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재발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투표용지를 찢어버려 적발됐다. 같은 이유로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사례는 곳곳에서 발생했다.

투표용지를 훼손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 동명이인 확인 미흡…기표소 안 '찰칵' 여전

선거사무원이 유권자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선거인명부에 동명이인이 서명하고 투표하는 일도 발생, 아쉬움을 더했다.

한 유권자는 충북 제천시 중앙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하지만 착각해 제1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제1투표소 선거인명부에 이 유권자와 같은 이름의 다른 유권자가 있었고 선거사무원은 동일인으로 알고 투표를 막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나중에 투표소를 찾은 다른 유권자는 누군가 자기 대신 서명을 하고 투표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항의했지만 선거사무원은 "오류가 있을 리 없다"며 맞섰다.

뒤늦게 오류를 알아차린 선관위는 이 유권자가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안내했지만 그는 "선거사무원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투표할 마음이 사라졌다"며 투표를 하지 않은 채 투표소를 떠났다.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50대 유권자가 오전 투표소를 찾았지만 이미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전산에 입력돼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를 한 사람이 이 유권자와 생년월일까지 같은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유권자에게 다시 투표할 것을 안내했다.

기표소 안 투표용지 촬영은 선거법 위반의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울산시, 경기 남양주시, 안양시, 포천시, 양주시 등 곳곳에서 이런 행위로 적발되는 유권자가 속출했다.

기표소 안에서는 촬영이 금지되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 술 취해서·말대꾸한다고 손찌검…선거사무원 '수난'

C(33)씨는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술에 취한 채 대구시 남구 대명동 제3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다시 하겠다"고 요구했다.

선거사무원은 그가 오전 6시 40분께 이미 투표한 사실을 확인하고선 제지했지만 C씨는 막무가내로 소란을 피우다가 이 선거사무원을 폭행,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기 양주시에서는 D(60)씨가 주소지를 확인하던 선거사무원의 따귀를 때렸다가 경찰에 넘겨졌다.

D씨는 다른 곳에서 투표해야 했지만 투표소를 잘못 찾았다가 선거사무원이 주소지를 재차 확인하자 "왜 말대꾸를 하느냐"면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 군산시에서도 한 80대 유권자가 "투표소를 잘못 찾아왔다"는 선거사무원 말에 격분해 "여기서 투표할 거니까 내 투표용지를 달라"며 소란을 피웠다.

경북 포항시에서는 40대 유권자가 기표소 3곳 가운데 1곳이 더 넓은 이유를 묻고는 "장애인용인데 거기서 투표해도 된다"고 선거사무원이 답하자 "내가 장애인이냐"며 투표용지를 찢고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