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새

권성훈

발행일 2017-05-1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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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1945~)

아침마다/나를 깨우는 부지런한 새들
가끔은 편지 대신/이슬 묻은 깃털 몇 개/나의 창가에 두고 가는 새들
단순함, 투명함, 간결함으로/나의 삶을 떠받쳐준/고마운 새들

이해인(1945~)


2017051401000896500043441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새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나는 늘 남아서/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5월의 하늘가 새들이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 저 멀리 날아온 것처럼, 당신도 새들을 보기 위해 이역만리와 같은 시간을 걸어왔다. 오늘 "나를 깨우는 부지런한 새들"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손 편지도 사라져가고 있는 이때, 창가에 떨어진 "이슬 묻은 깃털 몇 개" 는 새가 하늘에서 목숨을 가로지르며 쓴, 친서가 아니겠는가. 단순함과 투명함 그리고 간결함이 깃들어 있는 깃털은 새가 온몸으로 쓴 몇 줄의 글이다.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고마운 새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이른 아침부터 우는 것이다. 외롭고, 슬프고, 고독한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렇게 '다시 사랑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창문을 따듯하게 물들이면서 온몸으로 사랑하라.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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