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힘 좀 뺍시다

임성훈

발행일 2017-05-1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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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권위에서 힘뺀 잇단 서민행보
국민들과 권력자가 스스럼없이 마주하는 모습
뉴스거리조차 안되게 자연스럽게 자리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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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한 후보의 지지자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 유세현장을 누비느라 정신이 없다는 그는 대통령 후보의 곁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에 상당한 자긍심을 느끼는 듯했다. 과시라도 하듯 후보가 당선되면 자기는 곧바로 청와대로 갈 것이라며 잔뜩 고무돼 있었다. 무슨 언질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청와대에 가 있는 듯했다. 억양과 톤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그때 그의 어깨는 잔뜩 힘이 들어가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으리라.

이 대목에서 잠시 '어깨의 힘'을 다른 측면에서 분석(?)해 본다.

전문 연주자이든 아마추어 연주자이든 악기를 다뤄본 사람들은 힘이 들어가면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특히 어깨에 힘이 들어갈 경우, 악기와 직접 접촉하는 팔과 손, 손가락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름다운 선율을 내는 것은 요원하다. 힘이 필요할 듯 싶은 타악기도 마찬가지다. 가령 드럼을 친다고 할 때,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32비트 같은 속주는 불가능하다.

전문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연주를 할 때 음색과 기교는 물론이고 몸짓마저 우아하게 보이는 것은 힘을 빼는 경지를 넘어 강약과 완급으로 힘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반면 초보연주자들은 긴장감으로 위축된 탓에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기량을 키워 악보를 소화할 수 있게 됐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힘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힘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힘이 잔뜩 들어간 경직된 다리에서 좋은 킥이 나올 수 없고, 힘을 기반으로 한 뻣뻣한 스윙으로는 비거리와 방향성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범위를 인간관계로 확대해 봐도 접목할 부분은 충분하다. '사람을 대할 때 목의 힘을 빼야 한다'는 말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에서는 무언가 교집합의 빗금이 읽힌다.

그렇다면 권력 또한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권력' 하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권위와 힘을 떠올렸다. 이는 권력자와 국민 간 불통의 원인이 되기 일쑤였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힘을 뺀 듯하다. 그의 모습에서 권위로 부풀어 오른 '어깨뽕'은 보이지 않는다. 우선 출근길에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사진 촬영에도 흔쾌히 응하는 등 권위의 상징 중 하나인 '경호'의 힘을 뺐다. 청와대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들과 함께 잔디밭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직접 밥을 퍼담으며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기도 한다. 권위의 벽돌로 쌓아올린 불통의 성벽, 그 안에서 눈과 귀를 닫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비되기 때문인지 문 대통령의 서민 행보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문 대통령이 뺀 것은 힘이 아니다. 정확히는 과도한 권위와 엄숙주의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거나 목에 깁스한 권력 주변부의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 '탈권위'가 '힘을 빼는 것'으로 비치는 착시현상이 빚어진 듯싶다. 힘이든 탈권위든, 국민과의 소통에 관한 한 문 대통령의 이러한 힘 빼기는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국민과 권력자가 스스럼없이 마주하는 모습이 더 이상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리잡을 때까지다.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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