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가정백반

권성훈

발행일 2017-05-2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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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1943~)

집 앞 상가에서 가정백반을 먹는다
가정백반은 집에 없고
상가 건물 지하 남원집에 있는데
집 밥 같은 가정백반은 집 아닌 남원집에 있는데
집에는 가정이 없나
밥이 없으니 가정이 없나?
혼자 먹는 가정백반
남원집 옆 24시간 편의점에서도 파나?
꾸역꾸역 가정백반을 넘기고
기웃기웃 가정으로 돌아가는데
대모산이 엄마처럼 후루룩 콧물을 훌쩍이는 저녁.

신달자(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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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1세기 가정은 2000년대를 경유하면서 '빠름의 즉시성'과 '불안전의 불규칙성'으로 다원적인 구성원 간에 가족이 재편성되면서, 이른바 독거가족이 탄생되었다. 혼자 먹고 마시는 혼밥, 혼술이라는 신조어는 이들이 만들어낸 '쓸쓸한 존립의 세계'를 지배적으로 보여준다. 거기에 가족 간에 남녀의 역할 구분이 갈수록 모호해지면서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면 남성과 여성의 일을 나눈다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그것은 현대가 만들어낸 또 다른 외부 세계와의 조우와 파생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집 앞 상가' 어느 곳이든 한상 차려진 '가정백반'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혼자 먹는 가정백반'은 자본 아래 가족의 이산과 분열이 아니라 "엄마처럼 후루룩 콧물을 훌쩍이는 저녁"을 섭취하면서 '꾸역꾸역' 가족을 생각할 수 있는 혼자만의 여유가 아니겠는가.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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