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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이 무슨 뜻인지 언론에서도 모른다는 건 비극이다. 영부인이란 대통령 부인→퍼스트레이디만이 아니다. 앞집 먹쇠 부인이든 뒷집 밤쇠 부인이든 동네 돌쇠 떡쇠 부인이든 남의 부인에 대한 존칭어가 영(零)부인이 아닌 令夫人이다. 그래서 옛날 결혼식 청첩장 등엔 '아무개 귀하' 옆에 '同 영부인'이란 말이 꼭 따라붙었다. 부인과 함께 오라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작년 6월 8일 모 대표적인 신문은 힐러리 클린턴이 '영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외에 하나(대통령)만 남았다'는 제목을 달았다. 퍼스트레이디를 '영부인'으로 잘못 쓴 거다. 모 종편 TV는 작년 9월 17일과 지난 1월 28일 '5대 영부인 후보들' '파란만장한 영부인 후보들'이라고 했고 지난 2월 11일 어느 종편 TV도 안철수 부부를 출연시켜 '대통령 되시면 영부인 되실 텐데…' 따위 망발을 했다. 그 날 그 때도 어엿한 영부인이었건만. 바로 이번 6월호 모 월간지 목차에서도 '영부인 사업 펫(pet) 프로젝트의 모든 것'이 보였고….

잘 어울리는 부부든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부부(ill-matched couple)든 남의 부인은 모두 영부인이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모든 남의 부인을 부르는 존댓말이 令夫人이다. 중국에선 令夫人(링푸런) 외에도 영각(令閣), 영태태(令太太), 영정(令正)이라 하고 일본에선 令夫人(레이후진) 또는 令室(레이시쓰)이라 부른다. 그런데 '夫人'에만 '영 내릴 영(令)'자가 붙는 건 아니다. 남의 집 아들은 영식(令息) 영랑(令郞)이고 딸은 영애(令愛) 영원(令媛)이다. 중국에선 남의 딸을 '영천금(令千金)'이라고도 한다. 남의 집 아버지도 영대인(令大人) 또는 영존(令尊)이고 남의 어머니도 영당(令堂) 영자(令慈)다. 모든 남의 가족 호칭에 존칭 접두사 令자가 붙는다. 중국과 일본에선 '영부인'도 아닌 '령부인'이다.

취임 열흘을 넘긴 문재인 대통령이 스타 대통령으로 떠오른 채 우러르는 대중의 찬사와 칭송이 대단하다 싶더니 영부인 김정숙 여사 인기도 높다. 발랄 쾌활한 성격에다 평소 '요리 내조'의 솜씨를 과시하는 등 초장 점수가 부부 함께 드높다는 거다. 왜 아니 좋을 손가! 승승장구 비상의 날개가 꺾이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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