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앵글 시즌Ⅰ 성곽을 보다·(4)독산성]쌀로 씻긴 말 전설 흐르고, 나그네 초록에 목 축이네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7-05-23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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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앵글]시즌 Ⅰ성곽을 보다…④독산성
경기 오산시 지곶동에 위치한 독산성(禿山城·사적 제140호)은 임진왜란 때인 1593년(선조 26) 권율 장군이 왜적을 물리쳤던 산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축성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기록에 의하면 원래 백제가 쌓았던 성이며,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쳐 임진왜란 때까지 계속 이용되었던 곳으로 도성의 문호와 관련된 전략상의 요충지로 꼽힌다.

임진왜란때 물이 없다 얕잡아본 왜군
권율장군 쌀로 말 씻겨 '물 풍부' 속여
백성들 희생없이 적군 퇴각 지혜 빛나

4 오산 독산성


흙길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이, 한쪽으로는 탁 트인 일대의 전경이 펼쳐진다. 산성은 멀리 내다보게 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 곳에 오르는 누구나 먼 곳까지 보게 된다. 시선의 끝은 하늘까지 닿는다. 5월의 맑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곳의 시선으로 독산성을 앵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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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왜군이 독산성에 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해 조롱하다 권율장군이 쌀로 말을 씻겨 왜군이 물이 풍부하다고 오판해 퇴각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세마대지. 쌀로 말을 씻긴 곳이라 해 '세마대'라고 했다.

담고보니 다른 산성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보았던 성곽은 키보다 높은 성벽을 손으로 만지며 걷게 됐다. 독산성을 걷다 성곽을 찾게 됐다. 어디가 성곽일까, 한참을 둘러보았는데 딛고 선 그 길이 성곽이다. 길처럼 이어진 성곽 위를 유유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에 여유가 어려있다.

독산성에는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말을 씻어 왜군을 물리쳤다는 '세마대지'의 전설이 전해진다. 산 위에 있는 진지는 물이 부족했다. 왜군은 이를 알았지만 여기까지였다. 권율은 이를 이용한 꾀로 그들의 전의를 물리쳤다. 왜군은 물이 부족한 벌거숭이 산에 진을 친 조선군을 얕잡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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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고찰 보적사(寶積寺). 세마산 독산성 내에 위치하며 401년 백제(백제 아신왕 10)에서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권율은 그 산 꼭대기 정상에 흰 쌀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쌀로 말을 씻기기 시작했다. 멀리서 조선군을 보고 있을 왜군에게 흰 쌀은 쏟아지는 물처럼 보였으리라.

왜군은 성 안에 물이 풍부한 줄 알고 그 길로 퇴각했다. 그렇게 권율은 백성들의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고난한 전쟁의 한 부분을 이겨냈다. 이야기를 떠올리며 성을 걸으니 마음이 한 결 가벼워진다. 머리 위엔 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발 아래는 푸름이 무성한 숲과 도시가 서 있다.

글/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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