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대통령 취임 초기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은 필요한가?

문철수

발행일 2017-05-2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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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역할 위해 갈등 필요하지만
허위·과장·길들이기 악용 안돼
탄핵 정국속 조기대선 치러지고
대내외적 어수선할 때 출범한
새정부가 제대로 뿌리 내리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인내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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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한신대 교수
제19대 대통령 선거일 바로 다음 날이었던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이번 대선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봄에 치러져 장미 대선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되는 특이한 상황을 맞아 취임식은 국회의사당 내에 있는 로텐더홀에서 500여명의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매우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취임사 중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 하겠습니다"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취임사 내용이 그대로 지켜진다면 언론과의 소통 역시 이전의 그 어떤 정권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취임 초기, 정부와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 이 중요하다고 한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략 100일 정도 의회와 언론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주는 관행을 말하는 것인데, 신랑과 신부에게 허니문 기간이 있듯이 새 대통령 역시 정권을 이양 받은 임기 초반에는 서툴 수밖에 없으니 일정 기간 지켜봐 달라는 취지일 것이다. 미국의 대공황기였던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 직후 시작된 의회 특별회기 100일 동안 대통령이 의회와 손잡고 많은 경제 위기 극복 법안을 통과시켜 위기 탈출의 토대를 닦았던 것이 '허니문 기간'의 원조라고 한다.

한편, 이번 취임식을 취재했던 국내 주요 언론들의 시각을 보면 신임 대통령과의 허니문 기간임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신문의 경우 1면에 야권을 직접 찾아간 대통령의 협치 모습, 탕평 인사 실천, 대통령의 신선한 취임사 등을 부각시켰다. 과거 정부는 통상 12월 중순 당선 이후 다음 해 2월 25일 취임식까지 정권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는 기간 동안 2개월여의 허니문 기간을 거쳐 왔기에 인수위가 없는 이번 정부도 정권 출범 초기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2008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영예를 얻고 출범한 버락 오바마에게 언론은 비교적 오랜 기간 허니문을 유지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취임 첫날부터 싸움을 벌여 허니문은 커녕 바로 파경을 맞았고, 최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파문이 커지면서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해 놓은 상태이다.

물론 어느 정권이나 언론과의 갈등은 있어 왔고, 이른바 언론이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이러한 갈등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갈등이 허위, 과장으로 부풀려지거나 정권을 길들이는 구실로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보수 성향이든 진보 성향이든 언론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본연의 임무 때문에 정권에 우호적인 태도를 마냥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임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고, 총체적인 국가 위기 상황 속에서 등장한 이번 정권의 경우 어느 정도 권력과 언론의 허니문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의 바지 길이나 안경테, 즐겨 마신다는 커피 브랜드 등을 부각시키는 일부 언론 보도는 '허니문 기간'을 잘 못 이해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탈권위적이고 국민들에게 친화력 있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이러한 보도들이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홍보로 비쳐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당분간 새 정부가 힘을 얻고, 정상적으로 가동할 때까지 정부와 언론간의 발전적인 '허니문 기간'이 유지되길 기대해 본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출범한 신정부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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