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정치보복과 적폐청산 사이

서민

발행일 2017-05-2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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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4대강사업 감사 지시 'MB 불쾌'
조사없이 그냥 내버려 두기엔 너무 큰 적폐
검찰·공정위·감사원 독립·자율성 발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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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4대강 사업은 시작부터 좀 이상한 프로젝트였다. 출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였다. 거기에 동조하는 국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KTX가 서울과 부산을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오가는 시대에 한가롭게 배를 타고 전국을 유람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유권자들은 이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였지만, 그건 그의 전공인 경제를 살려달라는 주문이었을 뿐, 대운하를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국민의 80%는 대운하 사업을 반대했다.

대통령이 모든 공약을 다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특히 대운하처럼 시대착오적인 사업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이명박은 이름을 '4대강 사업'이라고 바꾼 뒤 사업을 재추진한다. 치밀하게 전개된 여론전 때문인지 4대강 사업에 대한 지지율은 이전보다 조금 상승했지만, 다수의 국민은 20조가 넘게 들어가는 그 사업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의문을 가졌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은 추진됐고, 그 뒷얘기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멀쩡한 강을 보로 막아놓으니 유속이 느려졌고, 요즘 우리나라에 부쩍 심해진 가뭄까지 겹쳐지는 바람에 곳곳에서 녹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상쇄시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4대강 사업을 해서 좋아진 점을 찾기가 어렵다. 이쯤 되면 이명박이 이런 사업을 왜 그렇게 결사적으로 추진했는지 궁금해진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2013년 1월, 그간 이 사업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던 감사원은 돌연 입장을 바꿔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다'라고 양심선언을 한다. 그러니까 감사원은 정권의 서슬이 무서워 거짓말을 해왔다는 얘기, 그렇다면 새 정부에서 이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과 같은 뿌리인 박근혜 정부는 이 사업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최순실게이트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사건의 조사는 영영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최순실게이트가 우리나라에 이익을 가져다준 면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측의 4대강 감사 지시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진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혀를 끌끌 차고 헛웃음을 지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인데, 이건 완전범죄라고 생각한 게 탄로 났을 때 보이는 반응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치보복 운운할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문대통령이 청계재단이나 이명박 측근의 비리를 조사한다면 그런 비판이 타당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4대강은 그냥 내버려두기에 너무 큰 적폐다. 사업이 어떻게 추진됐는지, 이를 감시할 권력기구들은 도대체 무얼 했는지, 여기에 부화뇌동한 이들은 누구인지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권력을 잡아 크게 한탕하자'는 불순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너도나도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겠는가?

한 가지 씁쓸한 점은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너무 큰 힘을 갖는 것 같아서다. 4대강 감사가 시작된 것도 대통령의 지시였고,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사정이 이렇다면 추후 대통령이 바뀌면 열렸던 보가 다시 닫히고, 그 1만명이 다시 비정규직이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건 이런 면에서 위험하다. 만일 검찰과 공정위, 감사원 등의 국가기구들이 소신껏 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어떨까. 4대강은 물론이고 최순실게이트도 사전에 막았을지도 모른다. 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그래서 이들 기구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정권의 눈치를 보는 데 익숙해진 이들이 과연 체질개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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