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새 정부 세제개혁은 세제상의 특혜 철폐로 시작해야

이재은

발행일 2017-05-2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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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계층 이익에 봉사해 왔던
'불공평한 세제' 혁파가 출발점
특정상품 낮은 세율 적용하거나
감면조치로 가격질서 교란 야기
자본축적 앞세워 투자·저축 우대
저율과세해온 것도 공정성 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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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새 정부가 출범했다. 몇 가지 상식이 복원되자 국민들이 행복하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진짜 어렵다. 산적한 개혁과제들은 국회논의를 거쳐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 추경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어려운 과제 중에는 재정·세제개혁도 포함된다.

81만개 공공일자리 창출만이 아니라 다양한 공약실현을 위해서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재정개혁과 세제개혁은 필연이다. 다행인 것은 주요 대선후보들이 증세에 동의했다는 사실과 세수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벌써 법인세 증세를 거론하며 은근히 반대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필자를 포함해 전문가들은 증세의 불가피성을 지적한다. 다만 증세에 앞서 재정개혁을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의 결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정부지원사업 등에 숨겨진 각종 특혜와 낭비요인을 점검해야 한다. 국가부채를 늘리면서 추진된 감세정책도 점검해야 한다. 성장논리를 앞세워 세제를 누더기로 만들어온 조세특례조치를 포함해서.

그동안 양극화가 심화된 이면에는 불공정한 세제 상의 특혜도 작동해왔다. 뇌물 같은 부패고리가 아니라 합법을 가장한 특혜고리가. 개발시대를 관통해온 '선 성장 후 분배' 논리가 오늘날 복지확충을 저지하는 성장논리로 둔갑했듯이 곳곳에 숨어 있는 '세제의 특례조치'가 비효율과 불평등을 확대해왔다. 새 정부의 적폐청산에 재정·세제개혁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다만 새 정부는 '증세논쟁'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동안 특정계층의 이익에 봉사해온 '불공평한 세제'를 혁파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설득할 수 있고, 제도의 지속가능성도 크다.

국가의 물적 토대인 조세제도에는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조세는 정부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재원을 조달하되, 공정해야 하고, 시장경제질서를 교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조세가 정책수단으로 남용되면서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불공정을 초래해왔다. 모든 세제개혁이 효율과 공평을 저해하는 특혜요인을 정리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이유이다.

첫째 효율을 저해하는 특혜는 특정 상품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거나 감면조치를 부여하여 가격질서를 교란하는 것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상품은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경쟁상품보다 더 많이 소비된다. 생필품에 저율과세하고 사치품, 술과 담배, 환경을 오염시키는 재화에 고율과세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현행 에너지세제처럼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요소들이 있다. 석탄화력이나 원자력발전은 사회적 비용이 크지만, 오랜 세월 낮은 전기료를 유지하기 위해 확대되었고, 과도한 전기사용을 일상화했다. 오늘날 환경오염 때문에 지속가능한 사회가 위협받고 있다. 친환경에너지세제를 강화해서 왜곡된 선택을 바꿔야 한다. 저소득층의 부담증가가 우려되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보완할 수 있다. 자동차연료도 마찬가지이다. 부가가치세에도 감면세제도가 있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기득권화되어 존치되고 있다.

둘째 공정을 저해하는 특혜는 자본축적을 앞세워 투자와 저축을 우대하고, 자본소득을 저율과세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격차를 줄여야 할 세제가 양극화를 확대시켜왔다. 부동산양도차익은 종합과세되는데 주식매매차익은 대주주만 저율과세한다. 부동산임대소득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2천만 원 이하는 합산과세를 안 하고 저율과세한다. 특정 종교인들이 소득세를 안 낸다. 변호사 등등 특정직종 고소득자들의 소득파악도 여전히 취약하다. 각종 조세감면조치가 대기업의 실효세율도 크게 낮추고 있다.

새 정부의 세제개혁은 '세제상의 특혜'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고 세율인상은 그다음이다. OECD 평균 국민부담율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부담수준은 아직 한참 낮다. 세제개혁은 논거와 방법이 중요하다. 과세가 공평해지면 증세를 해도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고, 조세저항도 최소화된다. 불공평한 세제가 문제다!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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