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돈은 돌아야 돈이다

박상일

발행일 2017-05-2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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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늘고 대기업 이윤은 엄청난데
서민 손엔 돈 없고 '백수' 넘치는 현실
새 정부 '돈맥경화' 악순환 해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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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경제부장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올 때 세 가지를 챙겨 넣는다. 자동차 열쇠, 휴대전화, 그리고 지갑이다. 자동차 열쇠와 휴대전화는 차에서 바로 꺼내 놓으니 좀처럼 잊는 일이 없지만, 지갑은 가끔 깜박하는 날이 있다. 뒤늦게 뒷주머니가 허전한 것을 알았을 때 난감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꼼짝없이 사무실에 붙어앉아 눈치만 봐야 한다. 저녁 약속이라도 있는 날이면 정말 큰 일이다. 그 난감함을 피하기 위해 한때는 차에 비상금이나 신용카드를 숨겨놓기도 했다. 그만큼 돈에 매여 사는 셈이니 어찌 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돈 만큼 우리 곁에 늘 붙어있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또 있을까? 돈이 생겨서 웃고, 돈 때문에 싸우고, 돈이 없어 슬프고, 돈을 쓰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마도 우리네 삶인 듯싶다.

돈(화폐)의 역사는 꽤 오래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의 4대 문명 중 가장 오래된 메소포타미아문명 때부터 돈과 관련된 기록이 있다고 한다. 물론 당시는 지금과 같은 동전이나 지폐가 아닌 은(銀)이 돈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후 철(鐵)로 만들어진 돈이 나왔지만, 이런 돈을 쓰는 것은 대부분 지배계급이었다. 일반 서민들이야 이런 돈을 쓸 능력도 없었고 돈이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어서, 오랫동안 곡식 등의 현물로 세금을 내거나 거래를 했다. 한참 후에 국가가 나서서 공인된 화폐를 만들고 널리 쓰이게 한 것은 점차 경제의 규모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생산이 늘어나고 인구가 밀집하는 도시가 발달하면서 현물 거래의 불편을 없애고자 국가가 돈을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돈은 거래를 도와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인 셈이다.

하지만 돈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부작용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부(富)의 축적'이다. 예전에도 지배계급들은 막대한 생산물들을 걷어 축적했지만, 돈이 생겨나면서 부의 축적이 훨씬 쉽고 빨라졌다. 결국 돈은 본래의 취지에서 이탈해 부와 권력의 원천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한참 돈 이야기를 한 이유는 돈이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나는데, 지금 우리 경제가 딱 그 문제에 걸려있다. 우스갯소리로 '돈맥경화'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돈이 돌지 않는다. 수출이 잘 되고 대기업들은 이윤을 엄청나게 내고 있다는데, 그 돈이 돌지를 않아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돈이 돌지 않으니 돈을 손에 쥐지 못한 서민들이나 중소상인들은 돈을 쓸 수가 없고, 그래서 장사가 안되니 일자리도 늘지 않아 '백수'들이 넘쳐난다. 일자리가 없어 돈을 벌지 못하니 다시 소비를 못하고 경제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우리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깨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은 정부 뿐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는 그것을 깨는데 사실상 실패했고, 경제가 위기에 몰렸다. 새 대통령은 그것을 잘 알기에 선거 공약과 취임사에서 일자리 문제, 대기업의 문제, 공정한 거래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징금 강화 방침을 통해 대기업의 '자기들끼리 나눠 먹기'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름 아닌 '돈을 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새 정부의 의지가 앞으로 얼마나 실천되고 효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새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꽤 고민을 한 듯하다. 국민들을 '성적'을 매길 준비가 돼 있다. 새 정부가 돈을 잘 돌게 해, 적어도 이 과목에서는 '우등상' 받기를 기대해 본다.

/박상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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