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식의 야구란 무엇인가

[김은식의 야구란 무엇인가·9]몰수게임

승리·패전투수도 없는 '구대영'
KBO 2번 모두 판정 불복 '보이콧'
5회 이후 승자의 스코어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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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야구작가
몰수게임은 '포피티드 게임(Forfeited Game)'을 우리말로 옮긴 표현이다. 경기 중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주심의 선언에 의해 책임이 있는 구단의 패배를 기록하게 되는 규칙이다.

대개 주심의 지시에 불복하고 경기 속행을 거부하는 팀에게 주어지지만, 무자격선수를 출전시키는 경우나 경기 시간에 지각함으로써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만든 경우에도 몰수게임 패배가 주어진다.



현대야구, 특히 프로야구에서는 몰수게임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수만 명의 관중들에게 야구경기를 볼 수 있는 권리를 돈을 받고 판매한 이상 어떤 이유에서든 경기를 인위적으로 중단시켜버린다는 것은 경기를 하는 편이나 경기를 관리하는 편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1902년 7월 17일 뉴욕 자이언츠가 경기 개시 시간까지 경기 진행에 충분한 선수를 경기장에 입장시키지 못해 몰수패를 당한 것이 마지막 사례였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몰수게임 선언이 내려진 바 있다. 그 첫 번째는 프로 원년인 1982년 8월 26일, MBC와 삼성의 대구 경기였다.

삼성이 5-2로 앞서있던 4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삼성의 정현발이 유격수 쪽 병살타성 타구를 쳤을 때 더블플레이를 막기 위해 무리한 슬라이딩을 하던 1루 주자 배대웅과 2루수 김인식이 2루 베이스 위에서 충돌했고, 순간 흥분한 김인식이 배대웅의 따귀를 때리면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뒤엉키는 벤치 클리어링이 연출됐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동앙 주심이 김인식에게만 퇴장을 선언하자 MBC의 감독 겸 선수 백인천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복해 선수들을 모두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인 채 무려 25분 동안이나 버텼던 것이다. 결국 김동앙 주심은 MBC의 몰수게임패를 선언했고, 삼성의 9-0 승리로 기록됐다.

두 번째 몰수게임은 1985년 7월 16일 OB와 MBC가 맞붙은 잠실 경기였다. 5-5의 균형을 유지하던 6회말 공격 때 MBC는 1사 1, 3루 상황에서 1루 주자 박흥식이 도루를 시도하다가 협살에 걸리는 사이 3루 주자 유고웅이 홈으로 쇄도해 6점째를 만들어냈다.

그 때 OB의 김성근 감독은 유고웅이 홈인하기 전 1루 주자 박흥식 선수가 쓰리푸트라인(주자가 주루시에 야수의 태그를 피하기 위해 벗어나지 말아야 할 폭 3피트의 가상의 선.

흔히 '쓰리피트라인'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영어표기는 'Three Foot Line'이며 공식 규정집에 나온 한글 표기 역시 '쓰리푸트라인'이다)을 벗어났기 때문에 이미 아웃이 되었으며, 따라서 유고웅의 홈인으로 만들어진 득점도 무효가 돼야 한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2루심 김양경이 그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득점 역시 철회하지 않자 김성근 감독은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고, 주심 이근우 역시 5분 후 감독을 퇴장시킨 데 이어 그래도 선수들이 경기에 응하지 않자 다시 5분 후에는 몰수게임을 선언하고 말았다.

여전히 고교나 대학팀들 간의 경기에서는 간혹 몰수게임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완전히 프로라는 문화와 논리가 정착한 90년대 이후로는 최소한 프로야구 무대에서는 몰수게임이라는 극단까지 가기 전에 봉합이 이루어지는 추세다.

예컨대 프로야구단의 감독들이 선수들을 철수시킬 때도 야수 한 명은 남겨두는 편법을 쓰기도 하는데, '선수단 완전 철수'가 곧 '경기 의사가 없음'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한 명의 야수라도 남겨두면 '완전철수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몰수게임이 선언된 시점이 정식경기 성립 기준인 5회 이전인 경우에는 무조건 9-0의 스코어가 기록된다.

하지만 5회 이후의 경우에는 '뒤지고 있던 팀이 이기게 되었을 경우'에만 9-0의 스코어를 적용하고, '앞서고 있던 팀이 이기게 된 경우'에는 몰수게임 선언 당시의 스코어가 그대로 기록된다.

그리고 전자의 경우 승패를 제외한 개인기록과 팀기록 전체가 무효화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선수들의 개인기록들 역시 모두 그대로 인정받게 된다. 다만 승리투수와 패전투수는 기록되지 않는다.

/김은식 야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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