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특수활동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채성준

발행일 2017-06-0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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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초빙교수·前 국회 정보위 전문위원
검찰의 돈 봉투 회식사건으로 특수활동비가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금일봉, 회식비, 여행비 등으로 개인 '쌈짓돈'인 냥 사용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공무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권위주의 정부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하고 사적 생활비는 직접 부담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특수활동비 세부운용지침'에 따르면 중앙관서의 장은 당초 편성한 목적에 맞게 집행하여 부적절한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대신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는 지급한 상대방에게 영수증의 교부를 요구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사유와 지급 일자, 지급 목적, 지급 상대방, 지급액을 명시한 관계 공무원의 영수증서로 대신할 수 있다.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뒤 나중에 집행내용 확인서만 붙일 수도 있고 이마저도 생략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영수증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눈먼 돈'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특수활동비가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활동, 기밀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사 등을 위해 편성되는 예산항목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국가예산은 꼭 필요한 곳에 투명하게 사용되어야 하고 그 내역을 국민들이 알 권리가 있다. 국회가 정부예산을 매년 심사하고 감사원이 모든 정부기관의 예산 사용내역을 상시 감사하는 이유이다. 다만 어느 나라나 국가존립과 국민생명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유보하거나 제약하는 법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수활동비도 그런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문제는 제도의 운용에 있는 것이지 제도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많다.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예산은 국가기밀에 속한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정보기관의 예산규모가 알려지면 조직·인력과 같은 정보역량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소리 없는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기밀성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의 예산은 특수활동비 단일항목으로 총액만 공개한다. 말하자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에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활동에 사용되는 예산도 있지만 단순한 인건비나 청사유지 관리비 등이 다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그것도 나머지 부분은 예비비로 편성하여 전체 규모를 알 수 없도록 은닉하고 있다.

국가정보활동과 관련된 모든 예산은 다른 정부예산과 달리 매년 국정원에서 자체 감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심의하도록 되어 있다. 정보위원은 국정원의 예산 내역을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정원 예산이 국민의 감시를 벗어나 제멋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물론 예산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의원들이 짧은 기간 내에 보좌진들의 도움도 없이 세세한 항목을 심사한다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94년 국회 정보위원회 설립 이전에는 어떠했는지 몰라도 그 이후에는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관리한다거나 예산이 정치자금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정보위원을 역임한 국회의원들이면 누구나 알고 있다.

운용과정에서 일부 일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수활동비 자체는 현실적으로 폐지할 수 없는 예산항목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보완하거나 개선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범을 보였듯이 반드시 특수활동비로 편성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이 있다면 삭감하거나 일반예산으로 양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모든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국회와 감사원의 심사를 강화하고 내부적으로도 엄격한 감찰을 통해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특수활동비가 '캄캄이 예산'이 아니며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라는 사실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앞으로 특수활동비 개선방향에 꼭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초빙교수·前 국회 정보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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