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앵글 시즌1 성곽을 보다
[하이앵글 시즌Ⅰ 성곽을 보다·(5)설봉산성]불꺼진 봉화대 눈 멀고, 탐내던 군왕들 스러지고… 바람아 옛 이야기나 들려주렴
이천 설봉산성은 사적 제423호로 지정됐으며, 이천시 사음동과 관고동에 걸쳐 위치한다. 해발 394m인 설봉산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약 700m 떨어진 해발 325m 봉우리의 7부에서 9부능선을 중심으로 축조됐다. 둘레 1천79m의 테뫼식 산성이며 면적은 8만5천880㎡이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
삼국시대 정치 군사 요충지
백제가 터 잡고 신라가 증축
설봉산 능선 따라 계곡 감싸
조선시대엔 한성 진입 거점
5 이천 설봉산성
매끈한 성벽이 산길을 휘감아 뻗어있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돌벽이 정교하고 견고해 보여 마음이 놓인다. 젊어서의 성곽은 강직하고 고집이 셌을 것 같다.
설봉산성의 명소로 꼽히는 '칼바위' |
지금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무성해진 푸른 잎에도 가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녹음 사이에서 돋보인다. 이천 설봉산 7부 능선을 따라 축성된 설봉산성은 칼바위를 중심으로 계곡을 감싸고 있다. 이 천혜의 산성은 삼국의 역사를 품고 있다.
설봉산성 내에서 가장 높은 평탄대지인 '남장대지'터 |
삼국시대에 이천은 전략적 요충지였다. 백제시대와 고구려 점령기를 거쳐 신라가 한강유역까지 진출한 이후로는 신라의 중요한 정치 군사상 요지로 자리 잡았다. 서로를 피해갈 수 없는, 만나는 자리였다.
설봉산성의 터는 백제가 잡고, 신라가 증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성의 하부에서는 백제 토기 등 백제의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흙으로 메워진 중간 깊이에는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이 매장돼있었다.
설봉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유서 깊은 사찰로 이천시 향토유적 제14호로 지정된 영월암(映月庵). 신라 문무왕 때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
이는 학계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백제는 토성만 축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90년대 후반 백제 유물이 출토되면서 설봉산성은 백제도 석성을 축조했다는 주장의 강력한 증거가 됐다.
이천에는 유난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많다. 삼국의 군사가 모여들었던 곳이고 조선시대에는 한성 진입의 거점 역할을 했다. 사람이 모이는 만큼 이야기들이 쌓이고 넘치도록 쌓인 이야기가 사람을 끌어 들인다.
가벼운 바람 한 줄기가 불어갔는데 나뭇잎 우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글/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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