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경청과 소통

장미애

발행일 2017-05-3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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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없이 바른 태도로 집중
눈 맞추고 맞장구 치며 들으면
구체적 사례·에피소드 통해
배경·배후·인격·인성 등 파악
모든 문제해결 출발점은
잘 듣고 공감하며 신뢰 쌓는것


장미애2
장미애 변호사
일을 하다보면 워낙 다양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되니 특별히 상담학을 전공한 적이 없어도 상담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오래해서 얻은 노하우가 있다면 때론 미주알고주알 다 들어야 사건 이면에 있는 비밀까지 알 수 있고 그런 사소한 것이 실마리가 되어 문제해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급함이나 선입견 때문에 미리 결론짓고 속단하는 것을 피하면서 듣는 것을 계속 연습하다보면 주의 깊게 듣는 중에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어 많은 이야기를 끌어 낼 수 있는 "경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경청만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감하는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소통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의뢰인의 약점이나 단점을 물어보아도 진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언이 가능하다.

굳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가 아니라도 많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경청과 소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없을 것이다. 역지사지하며 잘 듣다보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으면 상대방을 신뢰하게 된다.

하나만 물어봐도 스스로 열을 알아서 이야기할 만큼 똑똑한 의뢰인도 있지만, 말이 어눌하여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정리해서 말하지 못하거나 핵심적인 증거를 두고도 그것이 중요한지 몰라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하게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경청을 잘하는 것은 선입견 없이 바른 태도로 온전하게 집중하여 듣되 적절한 눈 맞춤과 맞장구를 치며 듣는 것일 테고 더 나아가서는 적절한 질문을 하여 구체적인 사례나 에피소드를 들음으로써 일의 배경, 배후, 관계자의 인격, 인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얼마 전 귀가 어두운 어르신이 찾아오셨다. 토지관련 민사소송 1심 재판에서 졌다는데 판결문도 없이 무작정 설명을 하시니 대체 무슨 내용인지 감이 오지 않고, 빽빽 소리를 질러야 의사소통이 되니 나도 모르게 뒷골이 아팠다. 연세가 92세라는 말을 듣고서는 더욱더 사건을 맡고자하는 생각이 들지 않아 다른 곳에 가시길 바라며 소극적으로 임했다. 그런데 그분은 웬일인지 이틀 연속 상담료를 내시며 상담을 하시는데 그분 성의를 봐서라도 일단 판결문과 소송기록을 가져오시면 검토해보기로 했다. 기록을 보면서 어르신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어보니 쟁점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보였고, 억울함이 다가왔으며, 몇 가지 질문을 하다 보니 1심 때 부족했던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결국 제때에 만족할만한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문제해결의 출발은 잘 듣는데서 비롯된다.

또 최근에 한 젊은 여성이 외도문제로 상담을 왔다. 남편이 알게 돼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그 후 자신을 용서해준다고 했지만 너무나 급작스럽게 자신이 바뀔 것을 요구하니 힘들어서 이혼을 해야 하나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분의 평상시 결혼생활 및 남편의 요구사항을 들어보니 그리 무리한 요구들도 아니었고, 상간남에게 전혀 해코지도 하지 않는 등 오히려 신사적인 편이었다. 그래서 비슷한 경우의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며 입장을 바꿔서 본인에게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 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러자 상담하기 전까지는 남편이 자신에게 너무하다 싶었는데 결코 그게 아니었다며 잘 이야기해보겠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돌아갔다.

인간의 고통과 행복은 절대적이고 주관적인 면이 있지만 옆집, 그 옆집 사람도 고민과 슬픔이 있고 힘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환경이나 처지를 비교하고 자신의 처지를 덜 고통스럽게 여기는 상대적이고 객관적인 면도 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는데도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거나 객관적인 지표를 알게 됨으로써 위로를 받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경청은 소통의 전제이고, 공감하는 소통은 신뢰를 쌓는 출발점이다.

/장미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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