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의 축구관람설명서·(3)16강전 아쉬운 패배]감독의 과신이 절호의 기회 날려

경인일보

발행일 2017-06-01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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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축구관람설명서
한국 4경기 모두 다른 포메이션
플랜B 여럿 준비 집중도 떨어져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한국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사령탑 신태용 감독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말했다. 상대를 알긴 했는데 아쉽게도 자신을 충분히 알지 못했다.

지난 5월 30일 2017 국제축구연맹 20세이하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은 포르투갈과 만났다. 홈어드밴티지와 기세가 워낙 좋았던 덕분에 다들 한국의 승리를 점쳤다. 90분 후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전반전에만 두 골을 허용한 끝에 한국은 1-3으로 완패했다.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뒤졌다. 무엇보다 신 감독의 무리한 전술 선택이 너무 뼈아팠다.

포르투갈전에서 신 감독은 4-4-2 전술을 선택했다. 첫 시도였다. 조영욱과 하승운을 투톱으로 세웠고, 중원과 최후 수비에 넷을 각각 배치했다. 신 감독은 "(공격진) 제공권 취약점이 있어 조영욱 혼자보다 협공하는 게 좋은 결과를 찾겠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로 실전 경험자들이 포진한 포르투갈에 통하지 않았다. 백승호와 이승우가 플레이스타일과 체력 문제로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4-2-4 전형이 되는 꼴이었다.

중원에 두 명 밖에 없으니 모든 수비 압박이 수비수 4명에게 쏠렸다. 역습을 당할 때마다 포르투갈은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슛을 때렸다. 전반전에 허용한 두 골이 단적인 예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1경기를 모두 다른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 공격수 숫자와 최후방 수비 조직을 계속 바꿨다. 상대를 분석한 결과가 전술이며 책임도 감독이 지기 때문에 신 감독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객관적 실력은 팔색조가 되기에 부족했다.

신 감독은 "강팀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축구를 선보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선수들이 아직 그런 수준에 다다르지 못했다.

감독은 자기가 이끄는 선수를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 선수 개개인과 팀의 '현재'를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쉽게 말해 '주제 파악'이 기본이라는 뜻이다.

신 감독은 그 부분을 간과했다. 플랜A의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여러 개의 플랜B를 준비했다. 잘하는 것 하나만 깊게 파야 할 팀이 정신을 이리저리 분산하다 보니 힘을 한곳에 모으지 못했다.

대회 개막 전, 언론은 대표팀 선수들이 자만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18~20세의 어린 선수들이 높은 관심 속에서 소위 '국뽕'에 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결과적으로 '뽕'에 취한 쪽이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과 본인의 전술 능력을 과신했다.

첫 두 경기 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하면서 자신감이 급상승했고, 급기야 포르투갈전에서 그는 치명적 악수(惡手)를 두고 말았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였고, 백승호와 이승우라는 스타를 경기장 안팎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팀이었다.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한국 축구의 붐을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너무 허무하게 깨져버렸다. 한국 축구와 신 감독은 이번 결과를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한다.

/포포투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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