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시인의 사랑

권성훈

발행일 2017-06-0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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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전 의지할 집도 하나 없지만

당신을 사랑하옵니다//

나는 생전 소유라는 것도 하나 없지만

당신을 사랑하옵니다//

나는 하루하루의 양식에도 불안하오나

당신을 사랑하옵니다//

아, 나는 천공의 바람이요, 구름이오나

당신을 사랑하옵니다//

운명처럼.

조병화(1921~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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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사랑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가능한가. 흔히들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결혼은 어떠한가. 결혼 전에 사랑했던 배우자가 지금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 것이다. 사랑은 맑고 깨끗해서 쉽게 오염되기 쉬우므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랑은 없고, 사람만 남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맞을 줄 몰라도 사랑이 아니라고 슬퍼하진 않겠다. '시인의 사랑'과 같이 대상에 천착하지 말고 자신을 '천공의 바람' 또는 '구름'처럼 떠다니게 하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대상에게 더 이상 의지하지 말고, 소유하지 말고, 불안해 하지 말고, 바람과 구름과 같이, 거칠 것이 하나 없는 자유로운 시인이 되어라. 그렇다면 그대 때문에 지친 그대의 영혼이 "당신을 사랑하옵니다"라고, 한 줄 시로 나타날 것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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