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지금 필요한 개혁

신승환

발행일 2017-06-0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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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 향한 문화·사회적 변혁
당장 시작하지 않는다면
과거 극심한 야만·폭력으로 회귀
지금 필요한건 공정과 사회정의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혁신 가능한
담대한 실천·철학 우리시대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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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개혁은 이중적 형태를 지닌다. 한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불의, 불공정에 대한 미시적 개혁과 함께, 새로운 사회와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거시적 차원의 개혁이 그것이다.

미시적 개혁은 그 사회를 주도해왔던 계층을 상대로 하기에 주류 계층의 지속적 저항에 의해 실패로 끝나기 십상이다. 한 사회를 실질적으로 유지하고 움직여 왔던 계층은 그들이 가진 기존의 힘과 체제를 앞세워 개혁을 지속적으로 왜곡하고 방해한다. 모든 개혁은 그것이 혁명이 아닌 이상 수없이 많은 기다림과 인내를 필요로 할뿐 아니라, 개혁을 위한 정당성을 끊임없이 확인해야만 한다. 그 정당성은 지난 정권 이래 심화된 사회 갈등과 불평등, 불공정을 거부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자리한다.

개혁에 저항하는 이들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던 기존의 논의와 체제에 안주하면서 그에 따른 불공정과 불의, 그 특권적 행태를 감추거나 불가피하다고 왜곡한다. 이런 행태를 거부하는 요구가 얼마나 타당하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미시적 개혁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미시적 개혁은 시민들의 지속적 관심과 요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와 함께 최근의 개혁 논의는 시대사적 관점에서 당위성을 지닌다. 그것은 구한말 이래 지속돼 왔던 관습과 산업화 이래 형성된 사회체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변혁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은 우리 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와 세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산업화시대의 관습과 체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그와 함께 학문적으로도 이런 시대적 변화를 해명해야 할 새로운 사유를 필요로 한다. 개혁은 미시적이며 동시에 거시적 특성을 지니기에 이 두 차원에서 진행되어야만 한다. 또한 그 때 만이 그 이후의 사회체제 변화도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급격하게 대두되는 4차 산업혁명 논의는 이런 변화에 대한 필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역시 이러한 토대 없이 기술적인 차원에서만 거론된다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거론되는 개혁에의 요구는 이런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구호에 파묻혀 사라진 공정성과 공동선에 대한 요구는 물론, 최소한의 정의와 규범에의 필요는 미시적 차원에서 이해된다. 그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향한 우리 사회의 체제적 변화 역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검찰과 재벌 개혁, 언론과 국방 개혁은 그동안의 불의와 불공정, 부패를 거부하는 목소리에서 비롯되었지만, 그와 함께 그 변화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산업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체제에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 일시적으로 성과를 거두었던 경제체제와 관료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그 시대를 가능하게 했던 교육과 철학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혁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논의에서 보듯이 이 시대가 혁신적으로 요구하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은 그에 걸맞은 체제 변화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지금 기득권층의 저항은 구태의연하고 진부하며, 그들의 한 줌 이익을 위한 궤변이 구역질나게 이어지고 있다. 조세정의를 말하던 그 입이 어느새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겠다고 한다. 극소수의 특권을 세습하려는 부패한 세력이 경제 재벌과 언론 재벌, 사학 재벌의 개혁을 온갖 거짓과 과장된 언변으로 가로막는다. 극소수의 기득권이 정당한 기업과 경제활동, 시장 경제의 개혁에 저항한다. 그런 행태가 공정거래를 왜곡하거나 안보를 빙자한 은밀한 사드 배치로, 극소수의 재벌 교회에 대한 과세 거부로 나타난다. 이런 세력은 진보와 보수, 정권의 안과 밖은 물론, 특권을 누려왔던 모든 집단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들이 자신의 한 줌 이익을 위해 협치 운운하는 거짓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새로운 시대를 향한 문화적 사회적 변혁을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는 지난 시절 겪었던 극심한 야만과 폭력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동성과 공정성, 최소한의 사회정의와 규범에 대한 시민 각자의 자각이다. 미시적이며 거시적인 변혁을 가능하게 하는 담대한 실천과 그를 위한 철학이 우리 시대의 요청임에는 틀림이 없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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