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소액 장기 연체채권, 어찌하나

김하운

발행일 2017-06-0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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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못하는 것이 있다
독점 폐해·시장·정부 실패 등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가난구제'
1천만원 이내 10년 이상 연체채권
자본 시장이 해결 못해 준다면
정부가 하든지 '예외 인정'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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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
국민행복기금이 갖고 있는 "1천만원 이내 10년 이상 연체된 채권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 문재인 대통령후보의 공약사항 중의 하나이다. 선거 때 무슨 공약인들 못하랴 싶어 선거기간 중에는 솔직히 별 관심도 두지 않았던 말이다. 실제 시행에 들어가자니 여기저기서 의견이 나온다.

의견은 채권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과 좀 봐주자는 입장으로 나뉜다. 안된다는 입장의 논거는 크게 세 가지다. 버릇이 된다는 것, 전염된다는 것, 갚은 사람만 억울하다는 것이다. 포기해도 좋겠다는 입장의 논거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금융은 확률장사로 그 정도는 이미 각오하고 취급한 것이며, 실제로 거의 받지도 못하고, 받더라도 노력한 돈 다 들어가 별 이익도 없다는 것이다.

직업상 보아왔던 특수채권을 발생시킨 자가 당하는 고통이다.

특수채권을 발생시킨 자는 우선 정상적인 결제계좌를 갖지 못한다. 모든 거래의 결제를 현찰로 주고받아야 한다. 카드도 안 되고 계좌이체도 안 된다. 송금해준다는 데 꼭 만나서 현금으로 달라면 상대가 어떤 눈으로 쳐다 보는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슬금슬금 눈치 보며 살아야 한다.

특수채권을 발생시킨 자는 정상적으로 재산을 가질 수 없다. 어쩌다 재산이 생겨도 남의 명의로 가등기해 놓고, 있지도 않은 채권채무관계를 만들어 근저당을 설정해 놓지만 매사에 그런 불안이 없다. 10년만 참으면 되겠지…. 하지만 누가 달려들어 채권을 주장하게 될지, 언제 시효가 연장될지 모른다. 그런 재산은 죽더라도 상속되지 않는다. 늘 가슴 졸이며 원죄를 갖고 살아야 한다. 큰 돈 떼어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1천만원이 채 안되는 돈 때문에, 적어도 10년 이상을….

이번엔 직업상 보아왔던 특수채권을 갖고 있는 자의 태도이다.

사인(私人)간의 거래가 아닌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금융을 업으로 하면 이 같은 특수채권은 확률상 발생된다. 법규정상 미리 충당금도 쌓아 놓는다. 그럴 줄 알고 대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출금이 일단 연체되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회수의문 단계를 거쳐 부실채권이 된 다음 다시 상각절차를 거치고 나야 특수채권이 된다.

채권자로서 관리는 하고 있지만 실제 회수되는 일은 거의 없다. 소멸시효가 도래하면 다시 연장절차를 밟는다. 언젠가는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어서가 아니라 담당자로서 책임을 면하기 위한 기계적 행동일 뿐이다. 채무자가 다시 겪게 될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채권회수 전문기관에 팔아넘기면서 그나마 마음의 부담을 덜어낸다. 금융기관으로서도 충당금을 헐어 당연한 듯 대손상각을 끝낸 터라 혹시 받으면 잡익이 늘어날 뿐이다.

소멸시효란 이미 발생한 상태가 일정기간 동안 계속되면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되느냐를 따지지 않고 사회질서의 안정과 유지를 위해 권리위에 잠자고 있는 자의 권리를 거두어들이는 제도이다. 1천만원 이하로 10년이 넘게 연체된 금융채권이라면 충분히 소멸시효를 인정해 주어도 좋을 것이란 말이다.

자본주의 시장제도를 유지하자면 빚은 갚는 사회가 되어야 함은 백번 천번 지당한 말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있다. 독점폐해, 시장실패, 정부실패, 외부경제 등등. 그중 심각한 하나가 가난구제이다. 1천만원 이하, 10년 이상의 연체라면 거의 대부분은 가난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이 구제하지 못하면, 정부가 하든지 아니면, 예외라도 인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

/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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