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선행무적: 길을 잘 가는 사람은 자취가 남지 않는다

철산 최정준

발행일 2017-06-0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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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주 다니는 길에는 발자국이 남고 차가 다닌 길에도 자국이 남는다. 진흙길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아무리 말조심하는 사람이라도 내뱉은 말에는 조그만 실수는 있게 마련이다. 계산을 하고 술수를 부리더라도 주판에 그 사용 흔적이 남는다. 줄로 아무리 꽁꽁 잘 묶어도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노자는 이런 일체의 현상을 보고는 자취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은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마음껏 다니고 싶은 반면 어떤 길의 경우는 자취를 남기기 싫어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 말이 남긴 실수는 지우고 싶어 한다. 음모를 꾸미고 계산을 잔뜩 해놓고는 그런 흔적을 남기길 창피해한다. 사람들과 탄탄한 인연을 잔뜩 맺어놓고는 어떤 시기가 오면 관련된 속박을 벗어나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연의 줄을 잘 묶어놓으면 풀 일도 없다. 잘하는 말은 흠이 남지 않는다. 더 나아가 계산이나 술책을 잘 부리는 사람은 주판을 쓰지 않는다. 길은 잘 다니는 사람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지족(知足)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있다. 이걸 알면 욕심과 그 결과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가지 않아야할 길을 가지 않는데 어떻게 그 길에 나의 자취가 남겠는가? 그러니 당연히 지우고 싶은 일도 없다. 이것이 선행무적(善行无跡)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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