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우리나라 숲의 대표주자 서어나무

조성미

발행일 2017-06-1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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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나무마다 새순을 터트리며 아름다운 연두빛 신록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더니 어느덧 숲 속에는 봄의 싱그러움과 상쾌함을 덜어내고 여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높다랗게 솟아오른 나무 사이로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진한 초록의 물결이 빡빡한 일상의 시름을 제대로 잊게 해주는 곳이 있다. 포천 광릉숲이다.

광릉숲 소리봉 주변은 인간의 손을 타지 않고 자연적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천이과정을 거쳐 야생의 환경에서 자라는 서어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이 서어나무 군락지는 국내 하나뿐인 천연학술보전림으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숲은 자연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그 모습이 변해간다. 숲은 식물이 없는 나지에서 시작해 이끼나 곰팡이 같은 지의류나 선태류가 나타나고, 냉이나 망초 같은 1, 2년생 초본류가 자라난다. 여기에 다년생풀과 키가 작은 관목류가 나타난 후 햇빛을 좋아하는 큰키나무,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큰키나무의 순서대로 나고 자란다. 이 같은 천이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극상림을 이루게 되는데 서어나무는 온대 중부 활엽수림에서 볼 수 있는 극상림 중 가장 대표적인 나무이다.

서어나무는 자작나뭇과에 속하는 갈잎 큰키나무로 높이 15m, 직경 1m까지 자란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고루 분포하며, 춥고 건조해 척박한 곳에서도 아주 잘 자란다. 서어나무는 새잎을 틔울 때 숲에서 단연 돋보이는데 모든 나뭇잎들이 파스텔 톤을 이룰 때 진한 붉은 색이 돌다가 주황색, 연한 녹색으로 변화한다. 가을의 단풍 또한 멋스럽다. 노랗지도 아주 붉지도 않은 은은한 색감으로 가을 숲의 정취를 한껏 더해준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가 있는 긴 타원형으로 끝이 길게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겹톱니 모양이다. 꽃은 4∼5월에 잎보다 조금 먼저 피는데 화려한 꽃잎이 없어 꽃 인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꼬리모양 꽃차례로 무리지어 피는데 수꽃은 지난해 가지에서, 암꽃은 어린가지 끝에서 핀다. 10월에 익는 열매는 넓은 달걀모양이며 손가락 하나 정도 길이의 늘어진 이삭 안에 들어있다. 수피는 모양이 매우 독특한데 회색에 검은 얼룩이 섞여 있으며 세로로 요철이 있어 울퉁불퉁하다.

서어나무 이름의 유래는 한자로 '서목(西木)'을 우리말로 '서나무'라고 했다가 발음이 자연스러운 서어나무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어나무의 속명은 카르피누스(Carpinus)인데 켈트어로 나무를 의미하는 '카'와 머리를 뜻하는 '핀'의 합성어로 '나무의 우두머리'로 불린다. 또 서어나무는 수피가 마치 잘 다듬어진 보디빌더의 근육을 닮아 서양에서는 '머슬트리(Muscle tree)' 즉 '근육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어나무는 결이 치밀해 비교적 단단하고 탄력성이 좋지만 잘 쪼개지지 않는다. 또한 표면이 고르지 않아 이용이 제한적이었는데 농기구의 자루나 기구재, 방직용 목관, 피아노의 액션 부분에 쓰였고, 표고버섯 재배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광릉숲 서어나무 군락지에는 특별한 곤충을 볼 수 있는데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다. 곤충들은 아무 먹이나 먹는 것이 아니라 각자 먹이식물이 있는데 장수하늘소는 오래된 서어나무를 먹고 산다. 유충이 죽은 서어나무를 갉아먹고 자라기 때문에 광릉의 서어나무숲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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